소들섬 람사르습지 지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4일 신평농협 로컬푸드 행복장터 삽교천점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람사르습지 지정추진위’가 주최하고 (사)자치분권연구소와 삽교천 번영회가 토론회를 협찬했다.

람사르습지란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람사르 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우포늪을 비롯해 순천만 등 25개소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이날 토론회는 권중원 당진YMCA사무총장의 사회로 유이계 추진위 공동대표의 인사말과 경과보고에 이어 박근식 당진YMCA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는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과 박평수 고양시햇빛발전 대표가 나섰으며, 조영종 추진위 공동대표와 송노섭 단국대 초빙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최연숙 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고 서면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법정보호종 30여 종 서식하거나 도래”

소들섬은 우강면 부장리 앞 삽교호에 위치한 작은 섬(하중도)으로, 하천과 바다 사이에 퇴적된 모래톱이 형성되며 만들어진 자연 섬이다. 과거 인근 주민들이 소들섬에서 경작을 하며 농사를 짓기도 했던 소들섬은 겨울이면 매년 수만마리의 철새가 찾는 지역이다.

특히 황새,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 법정보호종 30여 종이 정기적으로 서식하거나 도래하는 곳으로 지역 주민들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결성하고 생태 보전 활동에 나섰다.

2024년에는 ‘람사르습지 지정 추진위원회’가 출범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생태적 가치 입증에 노력했다. 현재는 시민참여형 모니터링 활동과 함께 람사르습지 지정 추진, 송전선 노선 변경 요구 등이 진행 중이다.

“생명과 환경의 경계 허무는 일 ”

유이계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소들섬 보전 활동이 시작된 배경과 그 의미를 강조했다.

유이계 공동대표는 “소들섬이 단순한 모래톱이 아닌 ‘생명의 터전’”이라며 “특히 철새들은 경계를 넘나들지만, 인간은 철조망을 친다. 생명과 환경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들섬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국제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보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주용기 소장, “람사르습지 지정 기준 충족”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소들섬은 동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상 핵심 중간 기착지로서,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람사르습지로의 지정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주 소장은 “이 지역은 단순한 모래톱이 아니라, 황새·저어새·큰고니·노랑할미새 등 법정보호종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공간”이라며 “육상과 수역, 하구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소들섬이 람사르협약이 정한 등록 기준 중 △독특한 습지 유형 △멸종위기종 서식지 △생태적 주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습지로서의 과학적 근거와 생태학적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람사르습지는 충족기준 한 가지만 해당되도 지정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 소장은 “지금 당진시와 환경 당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향후 보전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행정적인 보호구역 지정, 람사르 신청 절차 착수, 시민참여형 생태 모니터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소들섬은 작지만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생태유산”이라며 “단지 하나의 섬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전 지구적 책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평수 이사장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 통해 가능”

박평수 고양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소들섬의 람사르습지 지정은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며 장항습지의 사례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항습지는 15년 만에 람사르습지로 지정됐지만, 이는 정부 주도보다는 시민과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보호 운동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강 하구 역시 자연습지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반대했고, 실제 김포시 등은 이를 제외시켰다.

박 이사장은 “장항습지를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려 했던 시민운동가가 정화활동 중 중상을 입었고, 이후 고양시와 환경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행정이 정지됐다”고 지적하며 “정부나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생태보전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강으로 수많은 쓰레기가 유입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예산조차 지자체는 부족하다며 회피하고 있다. 공릉천 지역 시민들은 직접 나서 환경부에 습지 지정 청원을 넣었다”며 지역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

끝으로 박 이사장은 “소들섬 역시 장항습지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시민의 연대와 꾸준한 움직임이 있다면 람사르습지 지정과 함께 국가 보조금,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동을 촉구했다.

조영종 공동대표 “당진시민의 삶과 미래가 걸린 공간”

토론자로 나선 조영종 공동대표는 2023년 6월 ‘당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례회의에서 소들섬 보전이 처음 제안됐으며, 이후 7월부터 11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와 실무회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소들섬 백일장’, ‘시민 사진전’, ‘생물다양성 탐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진됐고, 이는 마침내 ‘소들섬보존시민행동’ 출범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들섬은 아직 습지보호지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았고, 어떠한 행정적 보호장치도 갖춰져 있지 않다”라며 “이런 현실 속에서 보전 활동은 민간 주도의 운동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발적 시민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하며 “지역의 문화예술인, 청년, 학생, 농민, 전문가, 언론인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소들섬의 가치가 단순한 생태계를 넘어, ‘당진시민의 삶과 미래가 걸린 공간’임을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자연은 사람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자연 없이는 살 수 없다”며 “행정의 무관심을 넘어선 시민의 연대와 실천이 소들섬을 살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송노섭 교수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길”

송노섭 단국대학교 초빙교수는 “소들섬은 다양한 동식물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탄소 저장과 수질 정화 등 생태계 서비스 기능 또한 탁월하다”며 “이는 단순한 녹지가 아닌 살아 있는 생태학적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습지는 생명의 저장소이자 도시 생태계의 필수 기반”이라며 도시 개발과 균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를 위해 당진시가 소들섬을 중심으로 한 습지 보전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소들섬은 람사르 협약이 요구하는 지정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으며, 국가가 보존가치를 인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습지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중앙정부의 삼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생태적 가치 보전이 곧 기후 위기 대응이며, 동시에 지역의 교육·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덧붙였다. 그는 “소들섬을 살아 있는 생태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생태관광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다”며 “이런 접근이야말로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송 교수는 “소들섬 보전은 당진시민만의 몫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과제”라며 “지금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후손들이 누릴 자연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