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당진시대는 2013년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마을 아카이브-기억으로 쓰는 마을의 구술사’ 기록사업을 통해 당진시 226개 행정리 마을 중 약 70개 마을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을 실시한 바 있다. 연속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마을의 지명 유래·문화재·옛 이야기(전설) 등 마을의 이야기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을의 옛 사진도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발굴해, 신문지면과 영상으로 담아 지속적으로 기록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해당 기사는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당진시 송악읍, 팔아산 아래에 자리한 가학리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아름다울 가(佳)’, ‘학 학(鶴)’ 자를 써서 ‘아름다운 학이 머무는 마을’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농경사회 속 전통을 지켜오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예부터 학이 내려앉는 형국이라 전해지는 마을 지명은 마치 이 마을이 가진 기품과 역사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가학리의 인구는 약 4300명으로 송악읍 내 최대 규모의 마을이다. 도심과 인접한 접근성, 비교적 평탄한 지형, 농업 기반과 교육시설이 공존하는 특성 덕에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정착도 일부 이뤄지며 활기를 띠고 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 볏가리대 거북놀이의 부활
가학리를 대표하는 전통문화는 단연 ‘볏가리대 거북놀이’다. 정월 대보름날 마을 풍년과 주민 안녕을 기원하는 민속놀이로, 볏짚으로 만든 거북이와 풍물패가 마을 곳곳을 돌며 흥을 돋운다. ‘볏가리’는 풍년, ‘거북’은 장수를 상징하며, 이는 곧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염원하는 집단의식으로 발전했다.
2004년에는 충청남도 대표로 전국 민속놀이 대회에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이 일시 단절됐고, 이를 다시 복원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최근 들어 재점화되고 있다.
윤수호 이장은 “다시 거북놀이를 부활시켜 가학리를 전국에 알리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는 읍사무소를 통한 참여자 모집과 젊은 세대 중심의 연습이 병행되고 있다.
안준상 볏가리대 거북놀이 추진위원장은 “거북이는 물과 땅을 상징하는 장수의 동물이고, 볏가리는 농사의 결실이다. 이 놀이는 그 자체로 농경문화의 집약체”라며 “단순한 놀이나 풍습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팔아산과 가학천, 여덟 선녀가 내려온 산
가학리는 자연 경관에서도 특색을 갖추고 있다. 마을 뒤편에는 ‘팔아산’이 위치해 있는데, ‘여덟 선녀가 내려온 산’이라는 설화가 담긴 이름이다. 산 아래 자리한 송악중·고등학교는 이 전설과도 연관이 깊으며, 이곳에서는 미스코리아 진이 배출되기도 했다. 팔아산은 등산로 개발과 더불어 주민들의 건강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또한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가학천’은 약 4.4km 길이의 하천으로 서원천을 따라 한진포구로 흘러든다. 과거에는 바닷물이 마을까지 들이쳤다. 현재는 생태하천 복원과 연계한 산책로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송악읍주민자치회는 팔아산 공원화 사업을 위한 공론회를 준비 중에 있으며 주민들은 가학리 주변을 잇는 건강 코스를 조성해 마을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농업과 공동체의 기반, 마을을 지탱하는 힘
가학리는 전통적인 벼농사 중심 마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소작농이 주를 이뤘지만, 해방 이후 자작농이 늘었고 최근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더해지며 다층적인 농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황토감자, 송악무, 배추 등 지역 특산물도 많아 농업 기반이 탄탄하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 ‘품앗이’ 문화로 상호 협력하며 농사일을 함께해 왔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이제는 반찬 나눔, 마을 환경 정비, 탄소중립 운동 등 공동체 활동의 방향도 변하고 있다.
특히 마을에는 9인승 차량을 운행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르신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귀농자이자 새마을지도자로 활동 중인 이정모 지도자는 “중장비와 농기계를 활용해 마을 일에 봉사하며, 어르신들 요청으로 수시로 집수리도 돕는다”며 “진정한 공동체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자원과 미래 발전 가능성
가학리는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도농 복합형 마을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볏가리대 거북놀이’는 향후 충남도 무형문화재 등록 또는 당진시 향토문화축제로의 확대가 기대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농촌 축제와 연계한 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인근의 현대제철, 송악농공단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농산물 직거래 확대, 청년농 창업 지원, 귀농자 멘토링 체계 구축 등도 마을 발전 전략으로 고민중이다.
이정모 지도자는 “농촌은 힘들지만 자유롭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며 “젊은 세대가 내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고 말했다.

회관 신축과 도로 개선, 남은 과제
가학리 주민들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마을 회관 신축이다. 현재 회관은 30년 이상 된 건물로, 노후화가 심각하고 공간이 협소해 주민 커뮤니티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부지를 구입하고, 당진시로부터 4억4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여러 이유로 현재는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윤수호 이장은 “도로 개선도 시급하다. 송악중·고등학교 인근 도로는 아침, 저녁 통학 시간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며,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는 데에도 위험이 따른다”라며 “특히 노인 인구가 많은 마을 특성상,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의 안전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을”
고령화, 예산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가학리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화합해서 동네가 발전됐으면 좋겠고, 노인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협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영수 노인회장)
“가학리는 정과 사랑이 있는 마을로 가학천을 끼고 운동도 하고 팔아산이 공원으로 조성되면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코스로 연결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살며 사랑이 넘치는 마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현휘 마을사무장)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내려와서 마을이 좀 더 젊어지고 활성화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정모 지도자)
“무엇보다 가학리가 다른 동네보다 더 좋게 발전했으면 좋겠고 여러 사람이 다 행복했으면 해요. 그리고 더 젊어지는 가학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송기홍 부녀회장)
“노인들을 위해서 좋은 프로그램이 생기고, 주민이 건강하게 사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볏가릿대 거북놀이를 통해서 흥겹고 즐겁게 마을이 한몸이 돼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준영 볏가리대거북놀이추진위원장)
“이장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열심히 뛰고 정말 편안한 마을을 꼭 만들겠습니다.” (윤수호 이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