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가 넘어서면서 요란한 천둥번개에 빗소리가 점점 드세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더해가고 뒤척임으로 잠 못 이루다 결국 새벽 4시가 못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몰고 당진천으로 향한다. 시장 입구에서 시청 공무원들의 통제선에 막히어 다시 차를 돌려 우회해서 탑동 쪽으로 가보지만 도로는 역시 물바다를 이루고 결국, 임시 이재민 대피소가 설치된 당진초를 방문해 주민들의 하소연을 듣는다. 다시 지역구인 신평, 송악, 송산면의 피해 현장을 두루 거치며 피해 주민들과 걱정을 함께한다. 점심은 지역구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돌아오는 길에 침수 피해가 극심한 당진 전통시장에 들러 매년 반복되는 재해에 상인들의 분노와 원성을 온몸으로 느낀다.

바로 신참 도의원의 일상이다.

도의원 뱃지를 단지 벌써 4개월째, 1년 남짓한 임기의 도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유권자들에게 4년 같이 일하겠노라 큰 소리쳤는데 벌써 임기의 4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 지난 4개월, 무엇 때문에 그리 바빴는지 생각해 보면 뚜렷이 내세울 건 없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도의회에 등록, 바로 임시회 출석, 당선 인사하느라 한 달, 대통령 선거 지원 유세로 한 달, 왜 그렇게 오라는 데는 많은지, 크고 작은 행사 참석에다 아침마다 야유회에 선진지 견학, 어르신들 나들이 등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소위 ‘코빼기’를 비치러 가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어떤 때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의정활동의 대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자신들이 뽑은 의원을 자주 보고싶어 하신다. ‘출마할 때는 문지방이 닳도록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는 말씀들을 자주하신다.

그 말속에는 자신들이 뽑아준 의원들과 자주 만나서 소통하고 싶고, 의원들이 변함없이 유권자들의 편에서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자주 ‘코빼기’를 비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코빼기’를 비치고, 소주 한잔 기울이다 보면 친근감도 생기고, 의원을 내편으로 믿고 속마음도 열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나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어느 부녀회장님이 마을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삼계탕 잔치를 벌인다고 들르라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코빼기’를 비치러 갔다. 노인회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도 점잖게 한 말씀 하신다. ‘와줘서 고마운디, 바쁜디 이런데까지 안 와도 뭐라고 안허여~. 이런데 올 시간 있으면 열심히 의정활동 해서 당진 발전시켜~ 그게 의원이 헐 일이여’ 나도 모르게 조금은 당황스럽고 죄송한 생각이 들어서 얼른 대답했다. ‘의정 활동도 열심히 할께요. 걱정마세요 회장님. 뭐 시키실 일 있으세요?’ 돌아오는 내내 노인회장님의 말씀이 뇌리에 남았다. 시민들은 ‘코빼기’ 비치는 의원들에 대해 한없는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의원은 결코 ‘코빼기만 비치는 의원’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는 의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선 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있다. 의정활동의 맥을 짚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는 다행히 당진시에 근무할 때 의회사무국장을 지낸 탓에 어느 정도 맥을 알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임기 1년 3개월 중 이미 4분의1이 지나고 1년도 채 안남았지만 짧은 임기라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임기 안에 이루기에는 다소 과중했던 공약들, 비록 100% 이행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유권자들이 이해해 주지 않을까? 도정질문을 통해 충청남도 항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고, 5분 발언을 통해 당진~천안 간 고속도로 당진~인주 구간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방도 619호선 기지시~한진간 확포장, 송산지구 경제자유구역 지정, 신평~내항간 진입도로 건설, 교원 연수원 건립, 난지도 및 도비도 개발, 기지초·송악중의 과밀 문제 등 지역 현안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조금씩 조금씩 의정활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시간을 쪼개서 시민들에게 자주자주 ‘코빼기’를 비치면서 소통하고 섬길 줄 아는 의원, 그러면서 ‘코빼기’만 비치는 의원이 아니라 일도 열심히, 제대로 할 줄 아는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