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업은 기후위기와 고령화, 그리고 인구감소 속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도시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농촌은 묵묵히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공익직불제는 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농촌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핵심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농외소득 기준 3,700만 원 이하 규정은 2009년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물가와 생활비, 농업 생산비는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현 제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농민의 삶과 제도 간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가 전체 소득은 약 5천만 원 수준이지만, 이 중 실제 농업으로 얻는 소득은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겸업이나 보조금과 같은 이전소득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농가 부채는 30년 전보다 7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인건비와 자재비 등 생산비도 급등하면서, 순수 농업 소득만으로는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당진시에서도 드러납니다. 현재 당진시의 공익직불제 지급 대상 농가는 약 17,000명이며, 실제 지급 인원은 15,500명, 지급 면적은 19,000ha, 총 지급금액은 약 413억 원에 이릅니다. 상당수 농가가 직불금에 의존해 영농을 이어가고 있지만, 농외소득 기준에 막혀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외소득이 3,700만 원을 초과하면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없다는 현행 규정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입니다. 청년농, 귀농인, 겸업농 등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도밖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농외소득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완수단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준은 농업 현장의 실정을 외면한 것입니다.

공익직불제의 본래 취지는 농민을 지원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농민을 걸러내는 장벽으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농외소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하고, 물가상승률과 소득 변화를 반영한 정기 재검토 재도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농민이 땅을 지키는 것은 곧 국가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일입니다. 현실을 외면한 제도는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제 공익직불제가 농민의 생존을 지키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는 제도로 다시 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