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할당관세 0% 정책은 겉으로는 물가안정을 위한 특효약처럼 보인다. 수입 농산물이 값싸게 들어와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내 농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

수입 농산물은 저임금 국가에서 대규모로 재배되어 원가가 낮다. 반면 국내 농민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더라도 국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비료·농약·농기계 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당연히 국내산은 수입산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관세를 0%로 낮추면 수입산 가격은 더 떨어지고, 국내 농산물은 애초에 경쟁 무대에 오를 수 없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라는 현실에 직면한다. 생산비는 늘어나는데 시장에서는 제값을 못 받고, 빚만 쌓인다. 고추 한 근 원가가 수입산은 1,000원, 국내산은 2,000원이라면 소비자가 수입산을 택하는 건 자연스럽다.

결국 농민은 손해를 감수하거나 농업을 포기하게 되고, 농촌 공동체는 점차 해체된다. 이는 단순한 개별 농가의 어려움이 아니라 농업 기반 붕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강조하는 물가안정 효과도 일시적이다. 국내 농업이 몰락하면 한국은 식량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고,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나 수출 제한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공급난과 물가 폭등을 맞을 수밖에 없다. 값싼 수입산에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는 결국 국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다.

따라서 대안은 분명하다. 첫째, 핵심 품목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세를 유지하는 차등적 관세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농식품제조시 대기업의 국내산 원료 사용을 30%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하거나,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세제 혜택·인증 마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농기계·비료 공동 구매와 에너지 절감형 시설원예 지원 등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해야 한다.

넷째, 직거래·로컬푸드 활성화로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

농업은 단순 산업이 아닌 식량안보의 핵심 기반이다. 군대를 국방의 기초로 두듯, 농업은 국민의 식탁을 지키는 방패다.

할당관세 0%는 물가안정이라는 이름의 착시일 뿐이며, 농업이 무너진 뒤에는 회복이 어렵다. 값싼 농산물이 좋은 농산물이 아니며, 농업을 지키는 것이 결국 소비자를 지키는 길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