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당찬도움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노종호 씨
지난 2022년부터 당찬도움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노종호 씨

한 택시 기사의 작은 제안이 당진 교통약자의 발이 됐다. 불편하다던 시선은 ‘함께’라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이제 그는 도움택시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사와 병원동행매니저로까지 발 벗고 나서며 이웃의 길동무가 되고 있다.

정미면 천의리 출신의 노종호 씨는 지난 1994년 인천에서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1999년,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향 당진으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25년이 넘게 당진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교통약자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았어요. 목발을 짚은 손님이나 휠체어를 타신 손님을 만나면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불편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그는 8년 전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악화진단을 받았다. 또한 당시 개인적인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노종호 씨는 ‘언젠가는 나도 장애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장애인 택시 이용 힘들어”

그 무렵 노종호 씨는 신장 투석을 위해 당진종합병원을 오가는 손님들의 이동을 돕는 봉사를 했다. 시내 곳곳에서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걷는 이들, 휠체어에 탄 시민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는 그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손님들을 태우면서 그 불편함을 직접 알게 됐다.

“장애인분들이 ‘차가 없어 결국 일반 택시를 잡아탔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기본 3~4시간, 길게는 반나절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당진시는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교통약자 지원 차량을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 상황은 열악했다. 당진시에는 약 1만 1000명의 장애인이, 그중 중증장애인은 3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지원 차량은 13대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중증장애인이 아니면 이용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당찬도움택시’의 시작

당시 당진시모범운전자지회 회장이기도 했던 그는 회원들에게 시내만이라도 교통약자분들을 무료로 태워드리면 어떨까 제안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당시 당진시 교통과 팀장이었던 이상문 씨(현 신평 면장)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상문 팀장님에게 교통약자를 위한 무료 콜 시스템을 설치해달라고 이야기하니, 인근 지자체에 지원사업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천안이나 아산의 경우는 이미 교통약자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장애인바우처택시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노종호 씨의 제안으로 2022년 당진시에도 장애인바우처택시인 ‘당찬도움택시’가 출범했다.

노 씨는 “도움택시를 운행하면서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통과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접했다”며 “많이 만날수록 점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더 가까이

그는 도움택시를 운행하며 장애인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알고 싶었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이에 당진노인ㆍ장애인복지관에서 미술 수업을 돕는 봉사를 시작했고, 사회복지사인 아내의 제안으로 공부에 나서 지난 7월부터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병원동행매니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해 혼자 병원을 찾기 힘든 분들을 부축하고, 접수부터 검사 안내, 진료와 약국, 귀가까지 함께하는 일이다.

“병원을 찾는 택시 손님 중에는 부축이 필요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병원 안까지 들어가 부축해 드리고 싶어도 제가 보호자가 아니니 민망할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자격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자격이 있으면 보호자들도 안심하고, 저 역시 떳떳하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우르는 당진”

그는 장애인과 더 가까이 만나고 공부하면서 무엇보다 질문의 중요성을 배웠단다.

“장애인을 부축해야 할 때 어느 쪽 팔을 잡아야 하는지, 휠체어를 밀어드려도 될지 예전엔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배우면서 알게 된 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건 ‘물어보는 것’이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더욱 깨달았습니다.”

이전과 달리 그에게는 장애인 시설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노 씨는 “복지정책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인데, 막상 장애인으로서는 불편한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와 직접 협의해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도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여 노종호 씨는 당찬도움택시가 지난 3월부터 임산부도 대상으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더 많이 홍보돼 이용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노종호 씨는

-천의초·미호중·당진상업고(현 당진정보고) 졸업

-2019년~2024년 당진시모범운전자회 회장

-2022년 ~ 당찬도움택시 운행

-2025년 병원동행매니저 자격 취득

-2025년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 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