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당진시의회가 제5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합덕 가을 국화 어울림 마당’ 축제 예산 50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축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측은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시의원들은 예산 삭감이 절차적 정당성과 중복성, 예산 편성의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정 도의원의 사업 챙기기와 정치적 압력까지 거론되며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최 측인 ‘가을국화 어울림마당 위원회’는 “시민을 무시한 정치적 횡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기자회견에 이어 당진시의회 입구 등 3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며 시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의회 문턱에 좌절된 시민 축제
위원회 측은 “10월 31일부터 합덕농촌테마공원에서 열리는 당진국화전시회 기간 중인 11월 8일, 시민 화합을 위한 대규모 음악회를 준비해 왔다”며 “이를 위해 충남도의원 사업비 2500만 원을 확보했고, 여기에 시비 25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5000만 원 규모의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진시의회는 제123회 임시회에서 “타당성 부족 및 중복성”을 이유로 시비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예산 삭감 결정 직후 위원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를 규탄했다.
홍성호 추진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시민이 화합하고 지역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기회”라며 “의회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후원과 시민 모금, 자원봉사 확대를 통해 반드시 축제를 성공시키겠다”며 시의회를 향해 △삭감 사유의 투명한 공개 △즉각적인 대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불공정 심사”
위원회는 이번 예산 삭감이 공정한 심사가 아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계산된 배제’라며 여러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시의회가 ‘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들었지만 구체적인 자료나 충실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비슷한 규모의 다른 축제 예산은 통과시키면서 유독 이 행사 예산만 삭감한 것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6개월 이상 시민, 소상공인, 청소년 등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이 함께 준비한 노력을 한순간에 무시한 것은 지방 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의회 “절차·중복성 문제…재난 복구가 우선”
시의원들은 이번 예산 삭감의 가장 큰 이유로 ‘절차적 하자’와 ‘사업 중복성’을 꼽았다.
행정문화위원회(전 총무위원회) 박명우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5회 추경은 집중호우 피해 복구 등 재난 관련 예산 편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회 전문위원의 공통된 검토 의견이었다.
박 위원장은 “합덕에는 이미 1억 6000만 원 규모의 연꽃 축제가 있고, 또한 11월 같은 시기 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연구회가 주관하는 국화 전시회도 열린다”며 “유사한 축제를 신규 사업으로 또다시 편성하는 것은 중복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흠결이다. 전선아 시의원은 “예산이 통과되기도 전에 버스 광고와 현수막 등 홍보가 먼저 시작됐다”며 “심지어 주무 부서인 합덕읍사무소조차 추진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명우 위원장 역시 “추진위가 결성된 것은 불과 9월”이라며 “활동 실적도 없는 신생 단체에 시민의 세금 50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시의회는 추진위 측이 도에 제출했다는 사업계획서조차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의원 사업비’ 폐단 지적
이번 축제 예산이 이철수 도의원의 현안 사업비로 추진되었다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시의원들은 사업 계획의 타당성 검토나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도의원이 예산을 내려꽂는 방식의 ‘의원 사업비’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상연 의원은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예산부터 내려 꽂은 사업”이라며 “의원 사업비라는 제도 자체가 불법적인 데다 로비에 의해 예산이 수립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추진위 측은 “예산이 확정되기도 전에 연예인 섭외와 광고를 마쳤는데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5000만 원은 얼마 하지도 않는 돈인데 왜 깎았냐”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져, 보조금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시의회는 조만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화 축제를 포함한 여러 예산 삭감의 이유를 시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계획이다. 박명우 위원장은 “시민들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알 권리 차원에서 왜 예산이 삭감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려는 것”이라며 “오는 22일 임시회 개회 전 의원들의 뜻을 모아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