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무·배추 가격이 현재는 전년 대비 20~30% 낮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잦은 강우로 무름병과 열과 피해가 확산하면서 김장철 가격 급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진 지역의 경우 재배 면적의 30%에서 병충해가 발생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긴장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5432원~5661원으로 전년(7422원) 대비 23.727% 하락했다. 무 가격은 개당 2298~2411원으로 전년(3525원) 대비 31.635% 떨어진 상태다.
농업정보포털 농넷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10킬로그램 그물망대 상품 평균가 기준 7897원을 기록했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공급이 늘어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3149헥타르로 지난해(1만3076헥타르)보다 0.6%(73헥타르) 증가했다.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가을무 재배면적은 5765헥타르로 지난해(5308헥타르)보다 8.6%(458헥타르) 늘었다. 지난해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올해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진 지역 무·배추 30% 병충해 피해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올가을 이어진 잦은 강우와 높은 습도로 생육 여건이 악화되면서 무름병 발생이 향후 김장철 가격 불안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김석광 소장은 “현재 당진 지역 무 재배면적은 50~58헥타르, 배추는 30헥타르 정도”라며 “이 가운데 무름병과 열과 피해가 30% 정도 발생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열과는 무가 갈라지는 현상으로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배추 역시 무름병 피해가 3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진 지역의 김장 채소 재배면적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김 소장은 “예전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훨씬 많이 재배했는데 요즘은 김장을 많이 하지 않다 보니 재배면적도 축소됐다”며 “그나마 재배하는 농가들도 병충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 무름병 확산… “20~30% 피해 발생”
문제는 당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소장은 “전국적으로도 20~30% 정도 병충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김장철 배추와 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5년산 배추·무·건고추 생육 실측 8차 결과’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육은 전년 대비 양호하지만 최근 강우로 무름병 발생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름병은 뿌리가 썩고 잎이 물러져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병으로 한 번 확산하면 농가 피해가 급격히 커진다. 충북 청주시 107헥타르, 괴산군 66헥타르 등에서 피해 사례가 보고됐으며 주요 산지인 전남 해남군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 5044헥타르 가운데 150헥타르(3%)에서 습해·무름병·뿌리마름병이 발생했다.
해남군은 병충해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방제비를 확보하고 약제 6668개를 지원해 즉시 방제가 이뤄지게 조치 중이다. 한 농가 관계자는 “잦은 비로 배추밭이 상습 침수되면서 뿌리 썩음 현상이 확산됐다”며 “기온이 급락할 경우 냉해까지 겹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산 배추 수입 증가도 변수
김 소장은 “근래 배추 가격이 높을 때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모양”이라며 “중국산 배추가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김치 수입량은 3만278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다. 국내 판매가격도 1만1200원(10킬로그램)으로 전년 대비 14.3% 하락했다.
일부 유통업계에서는 중국산 배추가 냉장 운송을 활용해 대량으로 유입되며 국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추 수입 증가는 가격 안정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국내 농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념 재료 가격도 상승세
양념 재료인 양파·대파 가격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깐마늘 1킬로그램 소매가격은 지난달 23일 기준 1만1443원으로 전년 대비 9.27% 올랐다. 쪽파 1킬로그램 소매가격 역시 9162원으로 전년 대비 9.42% 높은 수준이다.
멸치액젓은 멸치 생산이 줄어들며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르며 김장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춧가루는 킬로그램당 3만2352원으로 전년보다 5.8% 하락했다.
정부 대응과 향후 전망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1월 ‘김장 재료 수급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배추·무 계약재배 확대 △정부 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강화 등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가을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비축물량과 수입조절을 통해 시장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시적 공급 불균형에 대비해 비축 등 정부가용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배추 출하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할 예정”이라며 “전망치 대비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기상이변이 변수로 작용할 경우 물가 안정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격 안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