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가 펴낸 ‘전국 언론자랑’에 당진시대가 건강한 지역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이 책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전국 지역 언론사 19곳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당진시대는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의 성과와 함께 서해대교 건설로 고향에서 쫓겨난 행담도 원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한 보도로 집중 조명됐다.
윤유경 기자는 2021년부터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며 2022년 7월부터 약 2년간 전국 곳곳의 지역 언론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획 ‘전국 언론자랑’을 보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공론장으로 기능하려면 언론사의 문턱이 낮아야 하고,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독자가 지면의 주인공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밝혔다.
서해대교 건설로 쫓겨난 주민들 역사 복원
책에서 소개된 당진시대의 대표적 사례는 행담도 원주민 취재다. 서해대교는 행담도를 관통하며 건설됐고 주민들은 ‘과격한 섬사람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행담도를 떠나야 했다.
중앙 언론이 ‘전국 유일의 섬 휴게소’라며 행담도를 홍보하고 서해대교를 띄우는 사이 행담도의 주인인 주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잊혔다.
이에 당진시대 기자와 PD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행담도 원주민을 찾기 위해 2년간 여러 경로로 수소문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도 원주민들은 행담도를 떠나온 과정에서 생긴 경계심을 쉽사리 풀지 못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찾아가 수차례 설득해 원주민 10명의 구술을 받았다. 여기에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사진 자료까지 더해 마침내 잊힌 행담도의 역사를 복원했다.
책에는 “처음에는 주민 대부분이 행담도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행담도와 당진시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렇게 함께 모여 영상을 보며 그간의 생채기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며 “지역 언론이 치유와 화해의 기회를 만든 좋은 사례”라고 평가됐다.
유료 구독자 전국 3위의 비결
당진시대는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라는 성과도 거뒀다. 책 목차에는 ‘당진시대 -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의 비결’이라는 챕터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되는 독립 언론으로서 당진시대의 위상을 보여준다.
윤유경 기자는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 “경영 자체가 독자 기반, 후원과 구독료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야 비로소 독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그들에게 독자는 기사에 댓글을 다는 한 명의 누리꾼이나 조회 수를 올려주는 이용자가 아닌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생동감 있는 존재였다”고 전했다.
80대 할머니도 기자 되는 지역언론의 힘
책은 당진시대 외에도 전국 18개 지역 언론사의 참신한 시도들을 소개한다. 전북 진안신문은 지역의 노년 여성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글쓰기를 가르쳐 직접 기사를 쓰게 한다. 평생 글을 익힐 기회가 없었던 80대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지역 신문의 기자가 됐다. 할머니들이 쓴 기사 덕분에 하루 두 번밖에 오지 않던 버스가 세 번으로 늘어나는 변화도 생겼다.
부산일보는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빨래방을 열어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아 기사화했다. 2022년 5월부터 매주 호천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24편의 기사로 공개했다. 50년 전 부산 공장에서 일한 여공들 이야기부터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산길을 오르내렸던 시절의 고생담까지 모두 기록했다.
경남 함양의 주간함양은 지역에서 한 달 살기와 인턴 기자 프로그램을 결합해 청년층의 관심을 모았고, 제주 우도의 마을 신문 달그리안은 1500명이 사는 섬마을에 신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서울 밖 삶의 보고서, 지역언론 가치 재조명
이 책은 서울중심주의의 그늘 아래서 ‘소멸’, ‘위기’라는 말로만 묘사되는 각 지역의 고유한 삶, 정겹고 생동감 넘치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모은 ‘서울 밖 삶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추천사에서 “대다수 한국 언론이 사주와 임직원, 광고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현실에서, 힘없고 돈 없는 시민의 편에 선, 천연기념물 같은 지역 언론과 기자들이 있다”며 “작지만 좋은 언론을 키워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에 그 생생한 답이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지역민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것, 그들의 삶을 지역의 역사로서 보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단독이나 속보 경쟁, 조회 수 올리기에서 벗어나 지역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