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규민 씨
송규민 씨
(왼쪽부터) 어머니 백주연 씨, 송규민 씨, 아버지 송연덕 씨
(왼쪽부터) 어머니 백주연 씨, 송규민 씨, 아버지 송연덕 씨

송규민 씨가 그린 그림들은 한 가지 도구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도화지에 연필로만 그린 그림이 있는가 하면, 색연필을 사용한 그림, 수채화 물감을 활용한 작품 혹은 색연필과 물감을 함께 사용한 그림도 있다.

그가 그린 주제 또한 다양하다. 나무와 분꽃, 용, 참새, 천사와 사람의 얼굴, 낚시하는 사람의 모습까지. 송규민 씨의 작품에는 그가 바라보는 세계의 여러 조각이 담겨 있다.

사고 이후 달라진 세상

송규민 씨는 고대초등학교 4학년 재학 시절 교통사고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 송연덕 씨는 “덤프트럭과의 사고였다”며 “중환자실에서 50일 만에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떨리는 표정에서 그날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송규민 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사고 이후 달라졌을까. 어머니 백주연 씨에 따르면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리기 시작했단다. 백 씨는 “집에 돌아오면 내내 그림을 그렸다”며 “밤새도록 집중해 그림을 그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림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몹시 좋아했던 송규민 씨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여러 미술학원에서 지적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송규민 씨를 약 5년 전부터 알고 지내며 활동지원사까지 맡게 된 조중예 씨는 “돌발행동으로 수업 방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5곳 이상에서 거절을 당했다”며 “지적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돌발행동도 거의 없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중예 지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월 갤러리늘꿈에서 보태니컬 수업을 듣게 된 그는 김윤숙 갤러리늘꿈 관장에게 송규민 씨의 상황을 설명하며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렇게 지난 4월부터 송규민 씨는 갤러리늘꿈에서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그림 수업에 참여했다. 이에 송규민 씨는 “다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점묘기법으로 그린 나무
점묘기법으로 그린 나무
나무 그림들
나무 그림들

나무 그리는 것 좋아해

송규민 씨는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그리는 작업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그림을 배우는 단계라 도구와 주제는 일관성을 갖기보다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김윤숙 갤러리 들꿈 관장은 “사물을 바라보는 감각이 개성 있다”며 “수업을 하다 보면 그리고 싶은 주제나 기법을 스스로 많이 찾아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그림 중에서도 특히 나무 그림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송 작가는 “열매가 있는 나무를 좋아한다”며 “열매를 따서 먹으면 새롭게 필 열매를 상상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어머니 백주연 씨는 “어느 날 규민이가 ‘누가 나한테 나무를 그만 그리라는데, 나는 나무를 그리고 싶은데’라고 말하더라”며 “제가 보기엔 다 비슷한 나무 같아도 규민이는 다 다르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첫 개인전으로 이뤄진 소원

송규민 씨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늘꿈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충남문화관광재단의 장애예술인육성지원사업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24일에는 전시 오프닝 행사도 진행됐다.

이날 첫 전시를 연 소감에 대해 송규민 씨는 “앞으로도 그림을 열심히 그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며 “더 많은 그림을 그려 더 큰 규모의 전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어머니 백주연 씨는 전시를 앞두고 송규민 씨가 했던 말을 전했다.

“엄마, 나는 이제 다 됐어요. 내 소원이 다 이뤄졌어요. 앞으로 열심히 그림 그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