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통합시의 약칭을 놓고 시작부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시의 약칭을 ‘대전특별시’로 공식화하려 하자,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훼손하는 흡수 통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대전통합및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이하 통합특위)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통합특별시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정했다. 또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충남 지역에서는 명칭에서부터 충남의 정체성 훼손이 예견되는 흡수 통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통합시의 약칭을 ‘대전특별시’로 하려는 것 자체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흡수 통합의 예고편’임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충남 정체성 소멸과 브랜드 경쟁력 약화 우려
우선 백제 문화권의 중심인 충남의 역사적 상징성이 현대 도시인 대전의 명칭으로 굳어질 경우, 충남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도청 이전 후 10여 년 동안 쌓아온 노력이 ‘대전’이라는 이름 아래 묻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성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내포신도시가 충남의 중심이라는 그간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구가 110만 명에 달하며 매년 성장 중인 충남 천안과 아산은 대전(144만 명)과 대등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약칭이 ‘대전특별시’로 굳어질 경우, 대외적인 도시 브랜드 경쟁력에서 ‘대전의 하부 단위’로 전락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홍성신문> 이경현 발행인은 칼럼을 통해 “대전은 원래 충남에서 분리 독립해 나간 도시”라며 “이제 와서 특별시라는 이름으로 부모 격인 충남을 지우고 흡수하겠다는 것은 뿌리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통합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라 하면서 대외적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하겠다는 건 누가 봐도 균형을 가장한 흡수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적 절차 결여된 ‘군사작전식 속도전’ 비판
통합시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생략한 채 속도에만 치중해, 대전과 충남의 외형적 통합에만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정모 씨(45)는 “통합의 실익에는 공감하지만, 명칭에서부터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이후 통합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견 반영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졸속 추진은 온라인상에서도 희화화되고 있다. 통합시 명칭을 ‘대전충남특별시’로 하되 차라리 약칭을 ‘대충시’로 하자는 안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대충대충 통합한다’는 조롱 섞인 비판이 담겨 있다.
대전·충남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주민 10명 중 7명이 통합 내용을 잘 모른다’는 여론조사가 있음에도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군사작전식 속도전으로만 내달리고 있다”며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자치단체의 주인은 주민이며 행정 구역 개편은 주민의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행정 편의주의적 독단을 멈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시민사회의 우려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한다는 목표로 특별법 발의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280여 개의 특례 조항을 담은 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