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떨군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으니

기운차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무리 기암 괴석의 수려함이 빼어난 절경을 가진 산이라도 마주 볼 수 있는 능선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을 지나치기 쉬우며 그 반면 산세가 말발굽형이나 원형인 내장산과 소요산의 경우 명산의 반열에서 산악인들의 찬사와 눈길을 모은다.

호남의 소금강인 대둔산(878m)은 하늘을 치솟은 수많은 기봉과 단애의 위용에 탄성을 자아내지만 일직선의 지형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스쳐가는 것을 볼 때 한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이산에서 가지친 금남정맥의 중간에 위치한 대둔산의 옛 이름은 한듬산이며 논산 사람들이 이 산의 모습이 계룡산과 비슷하지만 대 명당 자리를 계룡산에게 빼앗겨 한이 되어 한이 든 산의 뜻으로 한듬산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전한다.

충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남쪽의 가파른 비탈길은 기암이 숲처럼 연이어 서있고 구름병풍을 보는 듯한 귀봉은 백설이 온산을 뒤덮고 잎 떨군 나뭇가지에 눈꽃이 만발 할 때 봄날에 활짝 핀 이화꽃을 보는 듯한 천혜 절경의 산이다.

동심바위 매표소를 초입 잡아 10여분 오르니 온산 능선은 날카롭지만 산기슭은 잎 떨군 나무가 빼곡이 들어서 있으니 기운차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계곡 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온통 바위길이다. 그 사이 사이에 낙엽이 소곡이 쌓였으며 녹다 남은 백설은 온 산록을 군데군데 흰빛으로 덧칠한다.

초입에서 40여분 가량 오르니 간이 매점에 도착하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북사면 가파른 돌계단을 향하니 그 길은 저 멀리 구름다리밑 협곡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이쯤에 이르면 힘겨워한다.

좌측을 바라보니 거대한 암반 위에 기묘하게 서있는 바위가 원효대사가 3일 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동심바위이며 그곳에서 조금 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다리를 지나는 아주 작아 보이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가파르고 험준한 계단을 올라서려니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제법 넓은 공터에 앉을만한 의자가 지친 우리를 반긴다.

숨을 가라앉히고 우측길을 향하니 갑자기 온 몸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길을 지나 구름다리에 이르니 주춤거린 어색한 걸음거리를 바라보며 임금봉을 돌아 다리 끝인 입석대에 올라서니 대둔산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북사면은 수수만년 아름다운 비단자수를 놓은 듯한 자연의 오묘함을 자랑하며 남쪽 저 멀리 불교 신도들의 연등행렬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마천대를 향하여 움직이는 대장관을 이룬다.

절경에 취해 발길을 옮기니 어느덧 간이 식당을 지나 평탄한 좌측길을 돌아서니 삼선 철사다리가 장엄하게 다가선다. 127계단을 올라서니 고려말 유신이 패망을 한탄하며 이곳에 기거하였는데 딸셋이 선인으로 변하더니 다시 바위로 변하여 밑을 바라보는 전설의 바위는 그 끝이 가냘프게 쭉 뻗어내린 자태가 분명 여인의 날렵한 몸매를 보는 듯하니

혀를 찰 정도로 기막힌 명명이 전설의 바위 삼선봉이다. 그곳에서 10여분 올라서니 주 능선의 안부를 돌아 다시 20여분 오르니 정상이다. 하늘이 가까워 손을 내밀면 만질 듯한 마천대의 시원스러운 조망에 가슴을 크게 활짝 펴본다.

낙조대에 이르는 주 능선을 따라 산허리로 이어지는 비교적 안전한 눈길을 버리고 험준한 정상의 능선 길을 따라 이동하니 성곽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있으며 매섭게 스쳐가는 설한풍이 겨울을 실감나게 한다.

능선길을 따라 낙조대를 돌아 계곡 하산길에 이르니 선도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을 때 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용문골이며 용이 승천하기 전 하늘에서 별 일곱개가 떨어져 석봉 일곱을 만들었으며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구친 암능과 봉우리들은 잘 그려진 산수화를 연상케 하며 높게 솟아오른 돌 틈 사이사이에 소나무 분재를 심어 놓은 듯 그 운치가 마치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는 듯한 천혜의 절경을 이루니 유심히 보지 않으면 흔히 스쳐가는 아쉬움으로 남는 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산의 최고 절경지가 동심바위 코스의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구름다리를 대둔산의 모든 것 인양 이야기 하지만 그것으로 소금강이라 하기는 부족하며 용문골의 칠성봉을 보지 않는 산행은 반쪽 산행이란 생각이 든다. 용문골 팻말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서면 그 풍광은 절경의 극치를 이루니 꼭 한번 권할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