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지역에 대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이렇다 할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 논의가 시작된 게 작년 2월 국회에서였으니 1년이 넘게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또 다른 철강도시로 꼽히는 포항과 광양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중부권 제1의 철강도시인 당진만 유독 소외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당진지역의 주요 경제지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앙부처에서 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를 저어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면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리 위태롭지도 않은 지역을 위기지역으로 지정해서 각종 지원을 펼친다면 세수의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지표에서 드러난 숫자의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포항의 경우 포스코 선재공장 및 현대제철 포항2공장 폐쇄는 포항시가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데 있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수백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대제철 포항2공장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로 일자리를 옮겼다. 고용안정을 위한 현대제철의 고육책이었다.
이 상황을 지표로만 본다면 포항은 일자리 감소, 당진은 고용률 증가로 나타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현재 심화되고 있는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는 어느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역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에도 고용안정을 위해 포항공장의 어려움을 대신 짊어진 것이다.
2023년 기준, 당진시의 제조업 총생산액 중 철강산업 단일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철강업으로 먹고 사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진시 세수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역 내 철강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최근 2년 사이에 90% 급감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지표상의 숫자만으로 상황을 규정한다.
때로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숫자 자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숫자를 보는 시각에 충분한 해석이 결여될 때 사실은 왜곡된 모습으로 드러난다.
허술한 외양간 안에 지금 당장 송아지가 잘 있다고 해서 내일도 그 송아지가 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늦기 전에 외양간을 손봐야 한다. 하물며 송아지를 노리는 범[虎]이 지척에 있음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