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지나 봄을 준비하듯, 식물병원 초록에서가 새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 준비를 끝냈다.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공간을 정리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초록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였다. 아픈 식물에게는 회복의 시간을, 사람들에게는 잠시 머물며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 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태평‧천혜금 대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식물병원 초록에서는 이름 그대로 ‘아픈 식물을 치료하는 병원’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식물을 판매하지만 시들어가는 식물을 진단하고 벌레를 제거하거나 분갈이를 해주고, 온실에서 회복을 돕는 등 식물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부터는 치유농장 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식물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는 곳”

식물병원 초록에서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대표 부부는 특별한 연고도 없었던 당진에 초록에서를 문열었다. 그러나 초창기 1년 동안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전태평 대표는 “아파트 주민들의 화분을 수거해 분갈이를 하고 다시 가져다주 는 일을 했다”며 “그러다 입소문이 퍼지며 한 분, 두 분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초록에서는 어느새 전국에서 찾아오는 곳이 됐다. 단순히 식물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식물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어 주는 곳’ 이라는 특별함 때문이었다.

수직정원 ‘바이오월허니’ 개발

초록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전태평 대표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식물이 다 죽는다는 고객이 자동으로 식물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그 질문이 아이디어가 됐고, 수년에 걸쳐 ‘바이오월 허니’라는 수직정원 시스템이 탄생했 다”고 전했다.

바이오월허니는 벌집구조의 종이벽 사이에 식물을 설치하는 대형건물 벽면녹화 공기정화 공조시스템으로, ICT와 IoT 기술을 접목해 식물을 체 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이 시스템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유해 환경으로 인한 질환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천연 가습 효과를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최전방 군부대 지하 통제실에 바이오월허니를 설치했다. 햇빛을 쐬기 어렵고 건조한데다 긴장된 분위기의 공간에 식물을 들여놓으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최전방 부대와 군단 사령부 지하 통제실에 설치했는데 근무하는 군인 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 모습 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바이오월허니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쿠웨 이트, 카타르 등에 수출되고 있으며 수직정원 분야 세계수출기업으로 국 내 최초 선정돼 조달청에서 G패스 인증을 받았다.

실내 적응 돕는 ‘식물광순화실’

초록에서는 지난 2024년 이전하며 ‘식물광순화실’을 마련했다. 식물광순 화실은 수직정원에 적합한 식물을 길러내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지난 20년간 사용해 온 기존 온실은 규모와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이전 개소를 하게 됐다.

식물광순화실에서는 빛을 줄이고 온도를 낮추는 환경을 통해 식물을 안정화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식물이 실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태평 대표는 “건강한 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관 리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마련됐다” 며 “식물을 연구하고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물과 사람을 잇는 공간

초록에서는 단순히 식물을 구매하고 회복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 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금 대표는 “작은 화분 하나라 도 사연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많다” 며 “시어머니께 선물로 받은 화분이라 절대 죽이면 안 된다며 가져오신 분도 있었고, 부산에서 오신 분은 식물을 키우며 삶의 의지를 다시 찾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고객들을 통해 제가 더 감동을 받고 힐링을 한다”고 덧붙였다.

온실 내부 온도는 여름철이면 40도에 이를 정도로 힘든 작업이지만 고객들과 만나며 식물을 가꾸고 다듬는 시간은 부부에게 행복한 시간이다. 두 대표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의 사랑 덕분”이라며 “공간을 예쁘게 꾸몄으니 많은 분들이 와서 식물도 보고 힐링도 하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시작하는 초록의 시간

최근 몇 년 동안 초록에서는 수직정원 사업에 집중하면서 화분 분갈이나 치료 같은 기존 서비스는 잠시 멈춰 있었다. 여기에 천 대표의 건강 문제도 겹쳤다. 많은 시민들이 “분갈이 안 해주냐”고 문의해 올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던 두 대표 는 예전처럼 다시 식물 치료와 분갈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부의 바람은 초록에서가 사람들에게도 치유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업기술 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연암대, 단국대와 함께 뇌졸중 후 편마비 후유장애 개선을 위한 재활치유농업기술을 개발키도 했다.

근래에는 이곳에서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두 대표는 “초록에서가 자연과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초록에서 앞에는 약 1000평 규모의 정원이 조성돼 있다. 한때 시민들에게 개방했지만 일부 훼손 사례가 발생해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 본격적으로 봄이 오면 초록에서는 이곳을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쉼터로 열어갈 계획이란다.

“꼭 식물을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초록에서에 와서 잠시 쉬어가고 힐링 하고 가시면 더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위치 : 당진시 정안로 74

◼ 문의 : 041-354-1148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8시~오후 5시, 주말 정기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