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정책은 시민의 삶을 바꾼다. 정책 중심 선거를 만들기 위한 당진시대 6.3 지 방선거 기획 ‘이것만은 해결하자’. 이번 순서는 당진의 철도시대를 열고 오늘도 힘차게 달리고 있는 ‘합덕역 활성화’이다.
합덕역은 당진 시민들의 오랜 염원 끝에 탄생한 철도시대의 상징이다. 당진은 충남 서북부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오랫동안 철도 인프라에서는 소외돼 왔다. 그런 만큼 합덕역 개통은 단순한 역사 하나의 준공이 아니라 당진 교통지도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역이 들어서면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고 기업 유치와 관광 활성화, 인구 유입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개통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기대는 컸지만 현실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안산선 지연… 합덕역 가치도 함께 멈춰
합덕역이 포함된 서해선 복선전철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역에서 기대한 진짜 효과는 수도권 광역철도망과 연결될 때 발생한다.
그 핵심 노선이 바로 신안산선이다.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합덕역에서 화성·안산·여의도 등 수도권 서남부 핵심 지역까지 이동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서울 출퇴근과 통학, 업무 이동이 현실화되면서 합덕역의 활용 가치도 커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2025년 경기 광명시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이후 공정 전반에 차질이 생기며 당초 2026년 말 개통 목표는 사실상 2028년 말로 늦춰진 상태다. 여기에 전동차 납품 문제까지 겹치며 추가 연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합덕역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합덕역은 결국 신안산선이 열려야 제대로 살아나는 구조”라며 “철도는 들어왔는데 정작 서울 가는 길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합덕역은 ‘완성형 역’이 아닌 ‘진행형 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은 생겼지만 주변은 그대로
합덕역의 또 다른 문제는 역세권 개발이다.
합덕역 건설이 확정되던 초기에는 주변 지역에 개발 기대감이 크게 형성됐다. 외지 자본이 몰리고 기획부동산까지 들어오면서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신도시급 개발과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본지 1143호, ‘합덕역 인근 지가 9만원→70만원’ 기사 참조>
하지만 현재 합덕역 주변은 기대만큼 달라지지 못했다. 상당수 부지가 농지이고 개발 규제와 투자 여건 한계까지 겹치며 대규모 민간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역을 중심으로 주거·상업·산업 기능이 함께 형성돼야 하지만 전혀 건들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역사를 찾아 만난 합덕역 한 관계자는 “주변에 산업단지나 기업시설, 사람을 끌어들일 배후시설이 있어야 역도 살아난다”며 “열차만 다닌다고 승객이 저절로 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합덕역에 내리면 도시 관문보다는 농촌 외곽의 조용한 역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역세권 전략 없이 역사만 세워놓은 한계가 드러난다는 목소리다.
접근성 낮아 시민 이용도 제한적
합덕역은 행정구역상 당진의 관문이지만 생활권 중심과는 거리가 있다. 합덕읍 시내는 물론 당진 원도심, 송악읍, 신평면 등 주요 인구 밀집 지역과도 이동 시간이 적지 않다.
당진시는 현재 열차 시간에 맞춰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노선 다양성과 배차 편의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거나 자가용 이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시민 체감 접근성은 높지 않다.
읍내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서울 갈 일이 생기면 아직도 천안아산역이나 자가용을 먼저 떠올린다”며 “합덕역은 가까워 보여도 실제 이용은 번거롭다”고 말했다.
철도역 활성화의 핵심은 선로가 아니라 연결 교통망이라는 점에서 시내권 접근성 개선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관광상품 효과는 있어… 이용객 소폭 증가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합덕역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시는 합덕역 활성화를 위해 관광 연계 사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충남투어패스를 운영했고, 올해는 여행사와 협력해 철도 관광상품, 관광택시, 체험형 여행 코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합덕성당, 면천읍성, 삽교호 관광권 등 지역 관광자원을 철도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관광객 유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활 수요와 산업 수요가 함께 늘어야 지속 가능한 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는…
합덕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다. 당진의 미래 성장 전략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반드시 답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전문가들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신안산선 조기 개통을 위한 정부 대응 강화 △합덕역세권 종합개발 청사진 마련 △산업단지·기업 유치와 연계한 배후수요 창출 △당진 시내권·송악·신평 연결 교통망 확대 △관광형 이벤트를 넘어 상시 이용객 확보 전략 수립 등을 꼽았다.
합덕역을 선거 때만 언급하는 상징물로 둘 것인지, 실제 도시 성장의 거점으로 키울 것인지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검증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필요한 건 ‘역 홍보’가 아니라 ‘역 전략’
합덕역은 어렵게 얻어낸 당진의 자산이다. 하지만 역을 만드는 것과 역을 살리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홍보나 일회성 행사보다 장기적인 전략이다. 수도권 연결망, 역세권 개발, 생활권 접근성, 기업 유치, 관광 활성화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합덕역은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당진의 철도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다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철도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잊혀진 역이 되기 전에 합덕역 활성화는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 반드시 필요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