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 달여 남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진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을 취재했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경력단절과 재취업의 어려움, 의료시설, 정주여건 부족 등 생계와 맞닿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여성들이 당진에 가정을 꾸리고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필요한 정책 이 무엇인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이번 선거의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당진에서 수십 년간 지내 온 여성들에게 당진은 어떤 곳인지 물었다.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책임을 나누는 곳’, ‘떠나기엔 정이 많 이 들어’, ‘어머니의 고향이자 나의 자긍심’ 이처럼 대부분 여성은 당진을 살기 좋은 도시이며 인생의 보금자리라 전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을 묻기 시작하면서 정반대의 이야기가 들렸다. 일자리 문제부터 의료시설, 정주 여건 의 한계까지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다르게 실제 여성의 생활은 녹록치 않다.

“여성에게 필요한 건 유연한 일자리”

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는 경력단절 이후 일자리 복귀였다. 문정숙 전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현장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과 재진입 문제를 많이 느꼈다”며 출산 후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고 해도 적절한 일자리나 유연한 근무환경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박사 이미화 씨도 “아이의 등하교 시간 사이 짧게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없다”며 “3~4시간씩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유연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영업자 김초희 씨는 공단쪽 일자리는 외곽에 있지만 거주지는 시내에 집중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시간과 위치상 아이를 키우며 출퇴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산과 돌봄 이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 같은 요구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일자리 보다 중요한 건 다양성”

단순 노동직은 늘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여성 직무는 여전히 부족하다. 당진시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 전문가를 양성하고 그 배움이 후배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잠재된 여성 인력을 깨우는 것이 우선으로 보여진다.

김봉운 충남장애인가족지원 센터장은 “여성의 일자리가 많은 것만으로는 안된다”며 “일자리의 질과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해 현재 북텔러로 활동 중인 풀뿌리여성연대회장 배정화 씨는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처럼 직업 교육 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실제 현장으로 나갈 기회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화 씨는 평생학습 기관인 여성의 전당을 언급하며 “교육을 통해 양성한 여성 전문가들을 시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사용하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경력단절 이후 재진입에 대한 양질의 교육과 다양한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원했다.

“아플 땐 결국 밖으로”

인터뷰 참여자들 사이에 당진시의 의료시설을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공인중개사 김은옥씨는 “여성 의료의 선택 폭이 좁아서 진료를 받으려면 외부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배정화 씨도 “당뇨를 앓고 있어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병원이 부족하다”며 “큰 수술은 대부분 천안이나 서울로 가서 한다”고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문정숙 씨 또한 “소아 전문 병원이 부족하고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24시간 운영하는 의료 기관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응급 상황이나 전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외부 지역에 의존해야 하는 점을 공통적으로 짚었다. 일상적인 진료는 가능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당진시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마주한다. 이 점은 당진에서 아이를 키우고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생활 인프라 더 촘촘해져야”

교통과 문화, 교육, 생활 인프라 등 정주여건 전반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도시 규모는 빠르 게 커지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환경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한계숙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당진지부 대표는 “도심권을 벗어나면 도로가 좁아 맞은 편 차가 오면 비킬 곳이 없어 식은땀이 날 정도”라며 불편한 외곽 도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고대 운동장과 시내로 통하는 길이 한 곳 뿐이라 출퇴근 시간에 도로가 꽉 막히는 상황과 함께 “도로 공사를 신속하게 추진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은옥 씨는 “당진은 계속 확장 중인 도시지만 생활 환경은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인근 도시에 비해 “대중교통, 보행 환경, 문화·편의시설 등 인프라의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세한대학교 교수 이경수 씨 도 “당진이 산업중심도시에서 사람 중심 도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와 의료 인프라, 교육 및 보육 환경 등 여러 면에서 자족 도시가 되면 당진 시민의 전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봉운 씨는 “당진으로 이사 왔을 때 물가가 너무 높아서 아이들 기저귀를 사기 위해 대전을 오갔다”며 당진시의 물가 부담을 전했다. 김초희 씨는 초등학생 자녀와 놀 공간이 부족하다며 “문예의 전당이 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처럼 체험할 공간이 부족해 수원이나 평택 등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 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를 생각 중인 상황에서 “학원이 많지 않아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며 교육 환경의 아쉬움도 언급했다. 여성들의 불편은 일상의 작은 문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교통과 교육, 문화시설 등 생활 전반의 선택 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정주 여건을 보다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당진 여성들의 선택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여성 유권자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대부분 여성들은 공약의 내용보다 실행 가능성, 후보자의 태도, 신뢰성을 중요하게 본다고 입을 모았다. 한계숙 씨 는 “후보 선택에 있어 정당이나 정치 성향보다 후보자의 능력을 중요시 본다”며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안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당진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수도권과 영호남을 잇는 교통의 허리가 될 수 있도록 힘 써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정화 씨 는 “허황된 약속이 아닌 진짜로 실현 가능한 정책만 얘기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을 떠나서 후보자들끼리 서로 간에 존중하며 선거에 임하셨음 좋겠다”고 전했다. 이경수 씨는 “여성을 지역 경제의 운영 주체로 바라보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에 관련한 선거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미화 씨는 “이제 AI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세계의 패권”이라며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지역의 좋은 정책을 참고해 당진시 정책을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이며 지역 리더의 핵심 역량을 짚었다. 이처럼 여성 유권자들은 공약의 규모나 화려함보다 실행 가능성과 신뢰, 변화 대응 역량을 중심으로 후보를 판단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준 속에서 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답하는 후보가 당진 여성 시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