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성농협 강도순 조합장이 농협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순성농협 강도순 조합장이 농협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두고 농업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자회사 감독 근거 삭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조합장들 측과 정부·정치권 사이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외부 감사기구를 농협에 설치해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농협 측은 이를 ‘관치(官治)’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한다. 둘째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이다.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회장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셋째는 자회사 감독 근거 삭제다. 중앙회의 자회사 감독 근거가 사라질 경우, 자회사 수익이 농민과 지역 농축협으로 재투자되지 않고 이윤 극대화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장 “졸속 개정, 헌법 위반”

강도순 순성농협 조합장은 “이번 개정안은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실상은 중앙회와 지역 농협의 경영 판단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본질은 국가의 통제 아래 있는 산하기관이 아니라 농민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자율적 결사체”라며 “자율성을 잃은 협동조합은 더 이상 협동조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법 근거도 거론된다. 헌법 제123조 제5항은 “국가는 농어민의 자율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번 개정안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절차적 문제도 지적된다. 강 조합장은 “법 개정은 그 영향권에 있는 조합원과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정작 주인인 농민들의 충분한 의견 청취 없이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강화되는 각종 규제는 농협의 경영 활력을 저하시키고, 농업인 조합원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정치권 “내부통제·투명성 강화 필요”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농협의 내부통제 강화와 경영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외부 감사위 신설은 조직 내부의 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중앙회장 직선제는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강 조합장은 이에 대해 “진정한 농협 개혁은 외부의 강제적인 규제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내부 민주주의 강화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개정안의 독소 조항을 전면 재검토하고, 농업 현장 중심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무엇이 진정 농민을 위한 길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