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진당원협의회(당협) 여성위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자들이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미경·문선이·이순희 씨 등 당시 경선 후보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확인된 여러 정황과 제보를 토대로 해당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여성위원장 선거가 단순한 당직 선출을 넘어, 관례상 향후 지방선거 비례대표 추천과 연계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당협은 여성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기존의 지명 방식과 달리 당협위원장 결정에 따라 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이 선거에서, 결선 투표 결과 최재인 후보가 36표, 이미경 후보가 32표를 얻어 최 후보가 여성위원장에 당선됐다.

“선거인단 외 투표·피선거권 침해”

후보들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선거인단에 포함되지 않은 당원이 현장에서 서명한 뒤 투표에 참여했다는 의혹이다. 이들은 “선거인단이 아닌 사람의 투표는 선거권 없는 자의 투표와 다르지 않다”며 “당락 자체가 뒤바뀔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선거인단이 아닌 당원이 다른 당원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장으로 불러냈다는 의혹이다. 후보들은 “특정인을 여성위원장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된 움직임처럼 느껴졌다”며 “일부에서는 당원이 아닌 사람까지 투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셋째, 선출된 여성위원장이 관례에 따라 비례대표로 추천된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들은 “절차적 공정성이 무시된 채 진행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럴 것이라면 애초에 선거가 아닌 임명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당원의 피선거권 침해 문제다. 한 후보는 “비례대표 2번 신청 의사를 밝혔음에도 여성위원장과 정용선 당시 당협위원장의 반대로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정당한 피선거권과 정치 참여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후보들은 선거를 관리한 당협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책임 있는 해명과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특정 개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와 공정한 선거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원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와 책임 있는 설명을 촉구한다”며 “추가 자료와 증거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 사무국장 “명부에 없는 고문 4명 투표” 인정

당시 선거를 진행한 김왕팔 전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인단의 투표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했다. 김 전 국장은 “선거인단 명부 총인원은 74명”이라며 “명부에 없던 당 고문 4명이 현장에 오면서 이들의 투표를 막지 못해 실제 투표자는 68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온 고문들을 나가라고 할 수 없어 그대로 선거를 진행했다”며 “당시 이게 문제라는 인식을 못했으나 이후 고문 4명 투표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국장은 “나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진행자였을 뿐인데 모든 책임을 사무국장에게 묻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미경·문선이 후보 측에 개인적으로는 사과했으나 “실질적 책임자인 당협위원장이 먼저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선거인단 명부와 서명 등 관련 서류 일체는 당협이 보관하고 있다고 김 전 국장은 전했다.

당협 “정상 선거”…전달자에 법적 대응 시사

입장문 발표 이후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용선 당협위원장 주재로 16일 열린 긴급 운영위원회에서 당협은 후보 측이 제기한 절차상 문제 네가지에 대해 “단 한 가지도 해당 사항이 없으며, 부정선거가 아닌 정상적으로 치러진 선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입장문을 언론사에 전달한 신 모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경 씨는 당협의 이 같은 결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백한 하자를 변명으로 덮으려 한다”며 “곧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명부 불일치와 자격 없는 당원의 개입 등 절차적 부당함을 전면적으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우리의 입장문을 대신 언론사에 전달한 신 모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해당 사안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법적 대응 대상으로 거론된 신 모씨는 지난 17일 이메일을 통해 “해당 입장문은 본인이 작성한 문서가 아니다”라며 “경선에 참여한 이미경·문선이·이순희 씨 측이 작성한 내용을 언론사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본인의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성자가 아닌 단순 전달자임을 분명히 한다”며 “본인이 작성·유포한 문서인 것처럼 왜곡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왕팔 전 사무국장도 “정용선 위원장이 신 씨가 작성·유포한 것처럼 왜곡해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며 “경선 참여자 세 명이 입장문을 언론사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점을 고려해 후배에게 전달을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관계부터 확인했어야 한다”며 “만약 신 씨를 건드릴 경우 자신이 아는 모든 사실을 걸고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최재인 여성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만큼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이 정리 될 것”이라며 개인적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