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에 국내 최대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아이디씨당진제일차와 NFD KOREA에 따르면 송산2일반산업단지 일원에 총 2.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약 37조7000억 원으로 제시됐다.
우선 송산2일반산업단지에 약 10만㎡에 600MW(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곳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약 9조4100억원에 달한다. 이후 부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최종 2.4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 건물 한 곳을 짓는 사업이 아니다. 여러 데이터센터와 전기·통신·냉각·보안·서버 관리 관련 기업이 한곳에 모이는 대규모 AI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당진은 철강과 발전산업 중심의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공부하고 일하는 ‘초대형 컴퓨터 시설’
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이 정보를 학습하고 계산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고성능 컴퓨터와 서버를 모아 놓은 시설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비롯해 자율주행, 로봇, 클라우드, 바이오 기술 등도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기와 강력한 냉각시설이 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AI 이용이 급격히 늘면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대형 데이터센터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가 AI의 두뇌라면 데이터센터는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기반시설인 셈이다.
㈜아이디씨당진제일차와 NFD KOREA는 수도권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서 대규모 전력과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력과 산업용 부지를 갖춘 비수도권 지역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당진인가…전력·부지·수도권 접근성 강점
사업자 측은 당진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대규모 전력 공급 여건을 꼽았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 시설이다. 당진은 당진발전본부와 태안화력 등 서해안 발전시설과 인접해 있고, 송산2산업단지 인근에는 345kV 신송산변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또 수도권과 비교적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건설 인력과 장비 이동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송산2산업단지에 대규모 연속 부지가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제시됐다.
당진은 그동안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과 화력·LNG 발전, 항만물류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해상풍력과 수소산업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산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당진에서 생산한 전력을 외부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미래 첨단산업에 직접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전기를 생산하는 도시’에서 ‘대한민국 AI를 움직이는 도시’로 산업 구조가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2023년 하이퍼데이터센터에서 AI 클러스터로 확대
이번 사업은 새롭게 등장한 계획이 아니라 지난 2023년 당진시와 충남도가 투자협약을 체결했던 하이퍼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당진시는 2023년 3월 ㈜아이디씨당진제일차 등 4개 기업과 총 2조2155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아이디씨당진제일차는 2조745억원을 투자해 송산2일반산업단지 4만3188㎡ 부지에 서버랙 1만3264개를 운영하는 하이퍼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AI 시장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업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기존 단일 하이퍼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서 최종 2.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사업 규모와 투자계획이 크게 달라진 만큼 ㈜아이디씨당진제일차 측은 당진시·충남도와 새로운 투자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5976명·10년간 세수 1조1700억원 전망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디씨당진제일차와 NFD KOREA는 외국인투자지역에 조성하는 600MW 사업을 통해 건설과 운영, 협력업체 및 간접 고용을 포함해 1494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2.4GW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누적 일자리는 5976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예상치다.
데이터센터가 운영되면 전기와 통신, 서버 관리, 정보보안, 냉각설비, 시설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뿐 아니라 청년층이 선호하는 정보통신·첨단기술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건설업체와 전기·통신·기계설비 업체는 물론 운송업, 숙박업, 음식점 등 지역 소상공인에게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수 확대도 기대효과로 제시됐다. 사업자 측은 우선 추진하는 600MW 사업을 통해 취득세 등을 포함해 총 2685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운영 이후에는 매년 약 30억원의 안정적인 지방세 수입을 예상했다.
전체 2.4GW 사업을 기준으로는 향후 10년 동안 약 1조1700억 원의 세수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역시 사업자의 투자와 건설 일정이 계획대로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치다.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유치도 기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데이터센터 자체의 고용과 세수뿐 아니라 관련 기업이 함께 모이는 집적 효과도 기대된다. 데이터센터에는 변압기와 비상발전기 등 전력설비를 비롯해 냉각장치, 통신망, 보안시스템, 서버와 반도체 장비가 필요하다. 시설 운영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장비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전력과 냉각설비, 통신, 서버 관리, 정보보안, 클라우드, AI 관련 기업들이 당진으로 이전하거나 새로운 사업장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당진에 데이터센터 한 곳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과 기업이 모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진시에 부지 임대·신속한 인허가 요청
㈜아이디씨당진제일차와 NFD KOREA는 사업 추진을 위해 당진시에 외국인투자지역 부지의 장기 임대와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사업자 측이 임대를 요청한 곳은 송산면 동곡리 381-1~4번지와 387번지로, 전체 면적은 약 10만㎡다. 해당 부지에 각각 200MW와 400MW를 합쳐 총 6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임대료와 지방세 감면 등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지원책도 요청했다. 사업자 측은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획상 올해 하반기 부지 임대와 외국인투자 신고를 진행하고, 2027년 상반기 착공해 2028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이용 기업과는 올해 안에 장기 임차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하나 아닌 산업의 대전환 목표”
최정열 ㈜아이디씨당진제일차 대표는 “당진에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민선 7기 때부터 준비해 온 현장으로, 이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왔다”며 “글로벌 고객사의 눈높이에 맞는 최소 단위인 1GW급 이상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면 당진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하나를 유치한 도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생태계 자체를 품은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의 목표는 시설 하나를 짓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진 산업의 대전환과 대도약을 한 번에 이뤄낼 절호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데이터센터 시장은 속도전으로, 먼저 결단하고 먼저 실행하는 도시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며 “당진에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해 산업 대전환과 지역 대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드시 잡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