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할 당진시립노인요양원을 둘러싼 운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사회복지법인 당진이 올해 위탁 운영을 맡은 이후 직원들의 잇따른 퇴사와 시설장의 사직 결심, 노동청 진정, 당진시 감사, 경찰 수사의뢰까지 이어지면서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직원들은 법인 대표의 운영 개입과 근로조건 변경,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시립요양원이 아니라 법인 시설처럼 운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진시는 감사를 통해 일부 절차상 문제를 확인했지만 노동관계법 적용 사항은 법적으로 개입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지는 앞선 보도에 이어 당진시립노인요양원을 직접 찾아 유양희 원장과 현직 직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당진시와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취재해 그동안의 경위를 종합했다.
직원들 잇따른 퇴사…“버틸수록 더 힘들었다”
논란은 직원들의 잇따른 퇴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직원들은 사회복지법인 당진이 위탁 운영을 시작한 이후 근무환경과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직원들이 하나둘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물리치료사와 영양사 등 여러 직원이 퇴사했으며, 유양희 원장 역시 한때 사직을 결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을 믿고 버텼다”며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버틸수록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퇴직한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사직서에 개인적인 사정보다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지역이 좁아 다시 취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직 이유를 적었다”며 “그만큼 절박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끝까지 버틴 이유는 어르신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근무환경도 힘들고 임금도 줄었지만 어르신들을 두고 쉽게 떠날 수 없었다”며 “이번 문제 제기는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립요양원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표가 운영하는 것 같았다”…시설장 권한 둘러싼 갈등
직원들과 유양희 원장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법인 대표의 운영 개입이었다.
유양희 원장은 “대표가 ‘물품 구매권과 인사권은 내 것이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시설장이 책임지고 운영해야 할 행정과 인사, 운영 전반에 대표가 직접 관여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법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시립요양원은 시설장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대표는 ‘원장이 행정을 잘 모르니까 내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시설장의 권한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증언도 비슷했다. 직원들은 “대표가 직원 면접에 직접 참여하거나 주요 인사 문제를 직접 결정하는 일이 있었고, 시설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대표가 ‘내 직원이 150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들으며 시립요양원 직원들도 법인 직원처럼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진시도 3월 민원 접수…“대표에게 운영 개입 자제 요청”
이 같은 운영 개입 논란은 당진시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진시 경로장애인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3월 시립요양원 측으로부터 법인 대표가 운영에 관여해 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법인 대표를 만나 “인사와 운영은 시설장이 맡는 것이 맞고 직원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표는 법인의 역할을 하고, 원장이 부족한 부분은 당진시와 소통하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설에는 자주 나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직원들로부터 “대표가 시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직원을 외부에서 만나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당진시는 5월 직원들의 집단 민원을 접수한 뒤 약 3주 동안 감사를 실시했고, 감사 결과 일부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월급은 줄고 상여금은 없어졌다”…포괄임금제 도입 논란
직원들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근로조건 변화였다.
직원들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당진이 위탁 운영을 맡은 뒤 기존 임금체계가 포괄임금제로 변경되면서 직군에 따라 월 20만~50만원가량 실질임금이 감소했고, 기존 연 60만원 상당의 상여금도 지급되지 않게 됐다.
한 직원은 “기본급을 낮추고 연장근로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제로 계약하면서 실제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현장에서는 월급이 줄었다는 인식이 컸다”고 말했다.
근로계약 체결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직원들은 “퇴근 무렵 여러 명을 한꺼번에 모아 계약서를 내밀고 빨리 서명하라고 했다”며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읽거나 설명을 들을 시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서 뒷장은 가린 채 서명란만 보여주거나 계약서를 바로 교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은 “생활이 걸려 있어 계약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사전 승인 없이 근로조건 변경”…당진시도 절차 문제 확인
당진시는 감사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진시 경로장애인과 관계자는 “위수탁 계약에 따라 고용승계 방식이나 포괄임금제 도입 등 근로조건을 변경하려면 사전에 시와 협의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지만, 법인이 자체적으로 이사회 등을 거쳐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근로계약 체결이나 임금체계 변경은 노동관계법 적용 사항으로 행정이 직접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계약을 체결했고 근로기준법상 계약관계는 당사자 간 문제인 만큼 시가 강제로 변경을 막기는 어려웠다”며 “변호사와 노무사의 자문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현행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 입장에서도 답답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몇 시간씩 불러 질책”…총괄과장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직원들이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부분은 법인이 채용한 총괄과장 B씨의 업무 방식이었다.
복수의 직원들은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내용으로 개별 면담을 한다며 직원을 불러 두세 시간씩 질책하거나 압박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휴무일에도 업무와 관계없는 전화가 이어졌고, 근무표 변경이나 작은 실수도 공개적으로 지적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근무표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충분한 설명은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직원 책임으로 돌려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은 “시설장이 없는 자리에서 시설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시설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어르신에게 반말하는 모습을 직접 봤고 보호자 민원이 접수된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직원들은 지난 6월 2일 총괄과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신고 이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계속 근무해야 했다”고 말했다.
법인은 7월 4일 공문을 통해 총괄과장과 신고 직원들에 대한 분리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업무 분리가 이뤄졌다.
현재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임금 관련 진정과 별도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각각 조사하고 있으며, 진정인 조사를 마친 뒤 사업장 조사와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이번 문제 제기가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운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대표나 특정 직원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립요양원이 시민의 시설답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종사자가 안정돼야 결국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며 “공공시설이 공공시설답게 운영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통근버스·대출…“운영비 사용 적절했나”
직원들과 유양희 원장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통근버스 운영과 대출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통근버스는 시립노인요양원과 사회복지법인 당진이 운영하는 당진전문요양병원(또는 법인 산하 시설)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입소 정원은 시립요양원이 더 많은데 운영비 부담 역시 시립요양원 몫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실제 버스를 이용하는 시립 직원은 7~8명 정도”라며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드는데도 버스 유지비와 기사 인건비가 계속 지출됐다”고 말했다.
또 “버스 운행시간 역시 법인 시설 근무시간에 맞춰 운영돼 시립요양원 직원들은 인수인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여러 차례 운행시간 조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또 “법인이 위탁을 맡은 이후 약 2억5000만 원의 대출이 발생했고 현재 매달 560만 원가량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통근버스 운영비와 대출 원리금 등 운영 구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출의 구체적인 실행 경위와 사용 목적에 대해서는 법인 측의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본지는 관련 자료를 추가 확인 중이다.
“직원들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인터뷰 내내 유양희 원장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하다”였다.
유 원장은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있는 줄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처음 알았다”며 “시설장으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사직하면 갈등이 끝나고 시설도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원들이 붙잡았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나는 지난 1년 동안 직원들에게 ‘법은 반드시 지키겠다. 끝까지 해보고 안 되면 내가 책임지고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해 왔다”며 “법대로 운영하자는 말을 할수록 갈등은 커졌고 결국 직원들과 나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립요양원이 시민의 시설답게 정상화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편안하게 근무해야 어르신들에게도 더 좋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버틴 이유는 어르신이었다”
취재에 응한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버틴 이유는 어르신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임금 문제도 있었고 근무환경도 힘들었지만 어르신들을 두고 쉽게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문제 제기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맡긴 시립요양원이 공공시설답게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종사자가 안정돼야 결국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돌봄이 제공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운영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 측 “공정성 신뢰할 수 없어 인터뷰 응하지 않겠다”
본지는 기사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위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진정 된 시립요양원 총괄과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당진 대표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식질의서를 보냈으며 인터뷰와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또한 기사 마감 시한을 설명하며 직접 인터뷰가 어렵다면 서면 답변도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고 보내주는 답변은 수정이나 각색 없이 원문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 당진 대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인터뷰를 거부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내왔다.
“당진시립노인요양원 원장 A씨가 귀 매체의 이사이자 편집자문위원장이므로, 귀 매체의 객관적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어 인터뷰에 응할 수 없습니다. 이 입장을 실어주십시오.”
이에 본지는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진시대에는 이사회와 편집자문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들 기구는 신문사의 취재 방향이나 기사 편집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취재와 편집은 기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설명 이후에도 같은 입장인지 다시 한번 확인을 요청하며 인터뷰를 하지 않더라도 보내주는 입장은 원문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겠다고 재차 안내했다.
하지만 법인 대표는 추가 답변이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한편 총괄과장 역시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인터뷰할 이유가 없다”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향후 사회복지법인 당진과 법인 대표, 총괄과장의 추가 입장이나 해명이 확인될 경우 이를 충실히 반영해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현재 당진시는 시립노인요양원 감사를 마치고 일부 확인된 사안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도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각각 조사하고 있으며, 진정인 조사를 마친 뒤 사업장 조사와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당진경찰서에 확인 결과 당진시의 수사 의뢰가 지난 10일에 접수됐다.
경찰서 한 관계자는 “사건을 의뢰한 당진시는 이미 진술을 마친 상태이며 다음 주 중 A대표에게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당진시립노인요양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동청 조사와 경찰 수사, 당진시의 후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는 앞으로 조사 결과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안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운영 주체와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그 여파는 결국 현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잇따른 퇴사와 근무환경 논란,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가족들이다.
특히 당진시립노인요양원은 민간시설이 아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인 만큼 일반 복지시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갈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지을 사안이 아니다.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립노인요양원이 본연의 역할인 어르신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