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미곡창고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지 1주년을 맞이했다.
문화공감플랫폼 ̒합덕백쌀카페'는 합덕읍 도시재생사업의 상징적 거점시설 중 하나다. 과거 일제의 산미증식계획과 맞물려 곡물을 보관하던 창고였던 이곳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7월 11일 문을 연 합덕백쌀카페는 건축 당시의 목재 트러스 구조와 빗살무늬 내벽, 곡물 보관을 위한 통풍구 등 원형을 최대한 살려 근대산업유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주민과 관광객이 머무는 카페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합덕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김용문 이사장은 “합덕백쌀카페를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이 찾아주고 있다”며 “합덕을 알리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어르신들이 편하게 들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으로서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며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쉬어가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기 합덕읍도시재생추진협의회장 역시 “처음에는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지역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재생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충남 우수건축자산 지정
지난 1년 동안 합덕백쌀카페는 여러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올해 충청남도 제4호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되며 공간의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충청남도 우수건축자산제도는 예술성과 경관성이 뛰어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건축물을 지정하는 제도다.
합덕백쌀카페는 192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미곡창고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용문 이사장은 “타 지역 도시재생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많이 찾아온다”며 “운영 방식과 공간 활용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합덕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열린 제10회 도시재생 한마당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에 이어 충청남도 도시재생 주민참여 경진대회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국적인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김용문 이사장은 이러한 성과의 비결로 “접근성과 개발 메뉴, 공간의 분위기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응원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시재생 거점시설 가운데 운영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합덕백쌀카페는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김용문 이사장은 “카페에서 발생한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환원된다”면서 “지난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 200만 원을 기탁한 것에 이어 올해도 성금 전달을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화행사와 지역공동체 사업 등에 지속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의 맛을 담은 ‘백쌀크림라떼’
합덕백쌀카페의 인기 비결 가운 데 하나는 지역성을 담은 메뉴다. 대표 메뉴인 ̒백쌀크림라떼는 합덕지역 방앗간에서 직접 빻은 육곡과 쌀 크림을 활용한 시그니처 음료다. 현미와 보리, 서리태콩, 찹쌀, 멥쌀 등 지역에서 생산된 곡물을 활용해 합덕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다가오는 여름철에는 같은 육곡과 국내산 팥을 사용한 팥빙수도 출시키도 했다. 현재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활용한 베이커리 메뉴도 개발하고 있다.
주민이 만드는 문화 플랫폼
또한 합덕백쌀카페는 지난해 한국서각협회 당진지부 전시, 연호시문학회 시화전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전시가 이어졌으며, 연말에는 지역 동아리 공연과 함께하는 송년 문화행사도 열렸다. 현재도 연호시문학회의 시화전 <깨어진 시선>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문 이사장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문화 예술을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전했다.
“관광 및 교통 시너지 효과 기대”
한편 합덕은 현재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용문 이사장은 “현재 합덕 인구가 7400 명 수준까지 줄었고 빈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며 “합덕백쌀카페가 원도심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어 지역 전체가 다시 활력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기 회장도 관광과 교통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합덕제나 성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카페를 찾고, 다시 지역 상권까지 둘러보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합덕역 개통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합덕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당진시와 합덕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합덕백쌀카페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외지인에게는 합덕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도시재생이 건물을 고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