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로운 촌캉스’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한 축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우리 마을에서도 플리마켓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소박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이름을 정하고, 할 일을 나누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마을 축제가 됐다. 그렇게 우연처럼 시작한 정미로운 촌캉스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그렇다면 2년 차인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프로그램이 풍성해지고, 아무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치면 축제를 잘 치렀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제2회 정미로운 촌캉스를 준비하며 자주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분명 지난해보다 올해 준비 과정은 수월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대화도 훨씬 잘 통한다. 누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조금은 알고 있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지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번 함께 부딪히며 축제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미로운 촌캉스를 마친 뒤에는 그 관계를 바탕으로 천의장터 축제에서도 서로 힘을 보탰다. 축제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계가 남았고, 그 관계가 또 다른 일을 함께할 힘이 됐다. 올해 우리가 지난해보다 조금 더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그때 남겨둔 관계 덕분이다.

사실 축제를 성대하고 매끄럽게 치르는 것만 목표라면 방법은 훨씬 간단할 수 있다. 충분한 예산을 들여 전문업체를 부르고, 검증된 공연과 프로그램을 가져오면 된다. 주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축제장을 찾아 준비된 프로그램을 즐기면 된다. 어쩌면 행사는 훨씬 깔끔하고 화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주민은 다시 ‘참여자’로 남는다. 굳이 여러 사람이 모여 회의하고, 의견이 엇갈리면 다시 이야기하고, 누가 무엇을 맡을지 고민하는 이유는 축제를 관계가 만들어지는 계기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주민 주도형 마을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축제는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관계 맺음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되새겼다. 함께 준비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쌓인 신뢰가 다음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오랜 시간 쌓인 이런 신뢰와 관계가 결국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는 이야기다. 어렵고, 복잡하고, 때로는 귀찮고 힘들어도 우리가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야 축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 주민이 만든 축제라고 해서 준비가 부족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 만드는 만큼 더 잘해보고 싶은 부담도 있다. 지난해보다 더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고, 함께 준비한 주민들의 노력이 빛났으면 좋겠다. 다만 두 번째 축제를 준비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잘한다는 것이 반드시 더 크고 화려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도 즐겁고,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끝난 뒤에도 “다음에 또 하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축제를 잘 치른 중요한 모습일 것이다.

오는 8월 28일 17시 ‘제2회 정미로운 촌캉스’가 열린다. 올해도 주민들과 여러 기관·단체가 공연과 체험, 먹거리, 플리마켓, 홍보와 안전관리까지 하나씩 역할을 나누며 준비하고 있다. 물론 행사는 잘 치르고 싶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고,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 남았으면 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지난해보다 더 단단해진 관계, 새롭게 연결된 사람, 함께해본 경험,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도 남았으면 한다. 제2회 정미로운 촌캉스를 잘 치른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들을 모두 남기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