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조감도
당진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조감도

<편집자주>

당진전통시장이 전면 철거와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특히 이번 사업은 민간이 사업을 주도해 건축한 뒤 당진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기존 공공 중심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당진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외 전통시장 재생 사례를 비교·분석해 당진 사례가 향후 중소도시 전통시장 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를 총 6회에 걸쳐 짚어볼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50년 넘게 당진 원도심의 한 축을 지켜온 당진전통시장이 사라졌다. 1970년대 지어진 시장 건물은 철거됐고, 현재 그 자리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 장사를 이어오던 상인들은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시장과 인근 점포 등으로 흩어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건물이 침체된 전통시장과 원도심 상권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위험시설물 분류되며 재정비 추진

당진전통시장은 1970~1990년대 지역 생활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지만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마트 확산 등 소비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상권이 점차 위축됐다. 여기에 시설 노후화까지 겹치며 시장 존속 자체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진전통시장의 상설시장인 나동과 정기시장인 다동, 청과시장인 라동은 모두 1970년대 준공된 건물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철근이 노출·부식되는 등 시설 노후화 문제가 나타났다. 재정비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여러 차례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2021년 당진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시장 내 규모가 가장 큰 나동 상설시장과 다동 정기시장이 D등급을 받으며 신개축 또는 보수 보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당진시는 2024년 12월 내부 검토와 상인회 의견수렴을 거쳐 나동부터 라동까지 철거 및 재건축 추진을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재정비 필요성과 추진 방안을 공유하고 올해 1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와 상인 간담회를 열어 철거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민간이 짓고 시에 기부채납

이번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주도로 사업을 추진한 뒤 완공된 건물을 당진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업에는 총 358억 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당진시 예산은 58억 원, 민간자본은 300억 원이다. 당진시가 기존 점포 철거와 기반 조성 등을 맡고 상인들이 건축비 일부를 부담해 신축 건물 조성에 참여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토지 소유자인 당진시가 토지를 제공하고 상인 측이 공사비를 부담해 건물을 건축한 뒤, 완공된 건물을 당진시에 기부채납한다. 이후 당진시는 기존 상인들이 20년간 해당 점포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비영리단체인 전통시장상인회와 별도의 사업 주체도 마련됐다. 당진시가 개별 상인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당진시장정비사업㈜’이 설립됐으며 정제의 당진전통시장상인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당진시와 정비사업㈜는 ‘당진전통시장 기부채납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과정서 상인 갈등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인들의 우려와 갈등도 이어졌다.

상인들은 노후 건축물에 대한 안전 우려에는 공감하면서도 철거와 장기간의 공사로 인한 매출 감소와 생계 중단, 재입점에 필요한 비용 등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다. 특히 분양가 산정 근거와 설계안, 공사비 책정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사업 주체와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상인들은 “분양가 산정 근거와 설계안, 공사비 책정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충분한 설명과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상인회를 이끌던 정제의 회장이 사업 주체인 정비사업㈜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도 일부 상인들의 불신이 커졌다. 상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사업 추진 과정을 감시해야 할 상인회와 사업 시행 주체의 대표가 동일 인물인 만큼 의사결정 구조가 상인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느냐는 우려였다.

갈등이 커지면서 상인들은 상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진 참여 확대 등 의사결정 구조 개선과 행정 차원의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130여 명 중 52명 재입점

기존 상인 130여 명 가운데 새 시장 재입점을 희망한 52명은 기부채납 방식의 계약을 마쳤으며, 고령 등의 이유로 폐업을 결정한 77명에게는 영업손실 보상금이 지급됐다.

신축 시장 1층에 들어서는 개별 점포는 모두 122개다. 이 가운데 기존 상인 52명과 외부 계약 상인 33명을 포함해 모두 85개 점포의 계약이 완료됐다. 전체의 약 70%가 계약된 셈으로 현재 남은 37개 점포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분양가는 재입점 상인의 경우 실평수 10평 기준 약 8400만 원, 일반 입점의 경우 1억3500만 원이다.

당진시는 기존 전통시장을 단순히 새 건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먹거리와 주차, 의료시설 등이 결합된 현대식 복합 상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나동은 1층 단층 건물로 68개 판매 점포가 들어서며 퓨전 음식점과 커피숍, 베이커리 등 먹거리 중심 공간으로 조성된다.

다동에는 1층에 34개 점포가 들어서고 2층부터 옥상층까지는 시장 이용객을 위한 122면 규모의 공용주차장이 마련된다. 라동에는 1층에 20개 판매 점포가 들어서며 2층과 3층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다.

시공은 ㈜한창건설이 맡았으며 202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진전통시장 재정비를 위해 건물을 철거하고 공사중이다.
당진전통시장 재정비를 위해 건물을 철거하고 공사중이다.

“매출 10분의 1”

현재 기존 시장 상인들은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999㎡ 규모의 임시시장 등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찾은 임시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많지 않았고 점포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시시장으로 옮긴 한 상인은 “공간이 협소하고 접근성도 떨어져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임시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인근에 별도의 점포를 마련한 상인도 있다. 이 상인은 전력과 수도 등 설비 여건과 협소한 공간 때문에 임시시장 입점을 선택하지 못하고 별도의 점포를 구했다. 그러나 기존보다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 등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공사기간을 버티고 있다.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임시시장 생활을 끝내고 계획된 일정대로 공사가 마무리돼 새 시장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 상인은 “이번 재건축이 수십 년 만에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하는 큰 공사”라며 “날림 공사가 되지 않도록 튼튼하고 내구성 있는 자재를 사용해 안전하게 지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진전통시장 임시시장 전경
당진전통시장 임시시장 전경
임시시장 내부
임시시장 내부

새 건물 지으면 상권 부활할까

당진전통시장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노후 건축물을 철거하고 현대식 복합 상가를 짓고 있다. 그러나 건물을 새로 짓는 것과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상인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권리가 적절하게 보장되는지, 공사 기간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지, 새 시장에 어떤 상인과 콘텐츠를 채울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새 건물이 실제 소비자를 다시 원도심으로 불러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공사 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자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인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와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사업 주체와 행정이 이러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상인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진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예상 모습(당진시 제공)
당진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예상 모습(당진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