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당진전통시장이 새 건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만큼 재건축 이후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호에서는 당진시의 당진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계획을 살펴보고 1913송정역시장 사례와 비교해 당진전통시장에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지역상권 활성화 가능성>
① 당진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과 지역사회의 반응
② 광주 1913송정역시장 성공 사례와 지속가능성 분석
③ 국내 사례를 바탕으로 본 당진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재점검
④ 일본 교토 니시키시장 운영 방식과 지역상권 활성화 전략
⑤ 일본 나가하마 쿠로카베스퀘어의 지역자원 활용과 상권 재생 사례
⑥ 당진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및 정책 대안
당진전통시장 재건축은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시설 현대화 사업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당진시는 새 시장을 중심으로 상인 간 세대 이음과 먹거리 중심 업종 다변화, 아케이드 거리 조성 등을 통해 오일장에 집중된 방문객을 상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상인 세대 이어 상권 순환 모색
재건축 이후 새 시장에 입주할 상인 구성이 기존 시장과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기존 상인 130여 명 가운데 77명에 대한 영업손실 보상이 이뤄졌으며 대상자의 대부분은 고령 상인이다. 당진시는 새 시장에 입주할 상인과 업종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며 상인 구성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 건축되는 시장은 기부채납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져 점포 전대도 가능하다.
윤철원 당진시청 지역경제과 시장지원팀장은 “기존 시장의 고정된 점포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상인과 업종을 유입하며 상인 세대 간 이음을 통해 상권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는 젊은 층을 겨냥한 점포와 식당형 공간을 배치해 먹거리 중심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A동에는 MZ세대 간식과 분식류 등의 푸드코트를, B동에는 한식당과 편의·오락 공간을, C동에는 한식당과 푸드코트를 배치한다. 이는 식당과 간편 먹거리가 결합된 공간을 통해 다양한 방문객을 유입하겠다는 취지다.
원도심과 전통시장 묶는 상권조합
이와 함께 시장에 머무는 상주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살피고 있다. 윤 팀장은 “사업 초기 계획에는 메디컬센터 입주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 사업이 원활하지 않다”며 “관공서나 공공기관 등을 입주시켜 상주인구를 확보하고 전통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시는 오일장에 집중된 방문객을 전통시장 안쪽 상권으로 유도하고 장날이 아닌 날에도 상설시장을 찾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일장 특화거리와 상설시장 특화거리를 십자 형태로 연결하는 아케이드 거리를 조성해 문화·관광형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윤 팀장은 “오일장 특화거리는 폭이 32m로, 국내 아케이드 거리 대부분이 8~10m인 것과 비교하면 넓은 편”이라며 “거리 가운데에 상인회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노점 매대를 설치하는 등 장기적인 운영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공 이후 상권 운영을 위한 제도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당진시는 원도심과 전통시장을 하나의 자율상권구역으로 묶고, 전통시장과 원도심 상인 대표들이 참여하는 자율상권조합을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 자율상권구역 지정과 5개년 상권 활성화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이며 계획 수립을 마친 뒤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자율상권구역 지정과 공모사업 추진만으로 시장 활성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획이 실제 이용객의 방문과 점포 운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재개장보다 어려운 시장 지속성
광주광역시의 1913송정역시장은 오래된 공간과 100년의 역사를 보존하는 한편, 새로운 점포와 먹거리를 더해 시장을 재구성했다. 광산구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 시장 상인들이 사업에 참여했으며 기존 점포의 외형을 살리면서 청년상인 17곳을 유치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재개장 이후 일평균 방문객은 200명 이하에서 2000명 수준으로 늘었고 운영 점포 수도 증가했다.
그러나 재개장 당시의 관심이 시장의 지속적인 활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재개장 후 약 10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를 거치며 방문객이 감소했고 비슷한 공간 연출이 다른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1913송정역시장만의 차별성도 약해졌다. 시장 전체를 둘러보기보다 특정 점포를 찾아 방문하는 경우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자체 제조공장을 운영하거나 기업 납품과 온라인 판매 등으로 판로를 넓힌 점포들은 시장의 또 다른 버팀목으로 남아 있다.
관련기사 <당진시대 제1620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1913송정역시장’ 낡은 점포 허물지 않고 이야기 담아 재탄생> 참조
광주 사례는 전통시장 활성화가 재개장 당시의 화제성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의 역사와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풀어낼지, 한 번 찾은 방문객을 다시 방문하게 할지, 새로 들어온 점포가 장기간 영업을 이어가도록 할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당진전통시장에도 이어진다. 당진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시장을 세우는 만큼 광주처럼 오래된 점포와 시장의 역사를 공간 콘텐츠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먹거리와 업종, 공간 운영 방식에서 당진전통시장만의 차별성과 뚜렷한 주제를 마련해 시민이 새 시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로써 재건축 이후 형성된 초기 관심을 장날 외 방문과 반복 이용으로 연결하고 새 점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재개발 사업의 주요 과제다.
장기 운영의 관건은 점포 생존력
1913송정역시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포별 생존력의 차이가 나타났다. 특정 점포를 찾는 방문객이 이어지고 자체 제조와 온라인 판매, 기업 납품, 전국 유통망 등으로 판로를 넓힌 점포는 영업을 이어갔지만 초기 방문객과 화제성에 의존한 점포는 문을 닫기도 했다.
당진의 먹거리 공간도 점포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상품과 업종으로 시장만의 특징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점포 교체가 가능해지는 것과 새 점포가 오래 운영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인이 들어오더라도 시장을 찾는 손님이 충분하지 않거나 점포만의 상품 경쟁력이 없다면 공실이 다시 생길 수 있다.
또한 시는 외부 상인과 새로운 업종을 유치하는 데서 나아가 각 점포가 시장 안팎의 판로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케이드 거리와 오일장 방문객 유입 방안도 아직 구체화가 필요한 단계다. 실제로 오일장과 상설시장의 방문 동선을 어떻게 연결할지, 장날이 아닌 날의 방문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따라 사업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자율상권조합의 역할도 역시 중요하다.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과 원도심을 잇는 상권 활성화의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준공 이후 상권 운영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앞으로 정해가야 할 부분이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은 시장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일뿐 아니라 한 번 살아난 시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가오는 2027년 당진전통시장 역시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이번 사업에 대한 평가는 준공식이 아니라 시민의 발길과 상인들의 영업이 이어지는 그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