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 방어의 기본인 국가하천 기본계획 재수립이 법정 기한을 넘긴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제방 유실과 침수 피해를 겪은 하천들마저 대상에 포함돼 있어, 정부가 재난 예방을 외치면서 정작 법률로 정한 기본 행정조차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하천기본계획 수립 기한을 넘긴 국가하천은 전체 89곳 가운데 20곳으로 22.5%에 달했다.
하천법은 홍수 방어와 하천 공사 등 관리 방향을 담은 하천기본계획을 10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기한을 넘긴 하천의 절반 이상이 3년 넘게 계획을 새로 짜지 못했다. 최장 4년 6개월을 초과한 하천이 2곳, 3년 6개월을 넘긴 하천도 9곳에 이르렀다.
진·아산 덮친 삽교천 수계, 피해 겪고도 계획 갱신 미뤄
계획 정비가 지연된 하천에서는 실제 수해가 잇따랐다. 최근 5년간 경안천, 공릉천, 무한천, 삽교천, 곡교천, 안성천 등 6곳에서 제방 유실과 세굴, 수문 파손,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충남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진과 아산으로 이어지는 삽교천 수계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큰 상처를 입었다. 삽교천 주변 예산군 신암면과 삽교읍 일대는 6.91㎢가 물에 잠겼고 두 구간에서 제방 총 120m가 떠내려갔다. 곡교천 주변 아산시 신창면 일대 역시 하천 수위 상승에 따른 내수 침수로 2.26㎢가 침수 피해를 봤다. 두 하천 주변의 침수 면적만 축구장 수천 개에 달하는 9.17㎢에 달한다.
지자체 집계를 보면 당시 당진의 피해액은 294억 원, 아산은 260억 원으로 두 지역 피해액만 총 554억 원에 이르렀다. 이후 투입된 복구와 지원 규모는 1663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삽교천과 곡교천, 2023년 제방 세굴 피해가 난 무한천은 법정 기한을 넘긴 채 올해 6월까지 기본계획 재수립을 매듭짓지 못했다. 수해를 직접 겪은 취약 하천의 관리 밑그림조차 제때 그리지 못한 셈이다.

올해도 이어진 홍수 위험… “취약 구간 즉각 정비해야”
관리 공백 속에 올해도 홍수 위험은 반복됐다. 지난 7월 오산천은 수위 상승으로 잠수교와 하상도로 등 3곳의 통행이 막혔다. 공릉천 원당교 지점도 홍수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주변 통행과 하천변 출입이 통제됐다. 특히 공릉천은 2022년 제방 세굴에 이어 지난해 수문 파손까지 발생했으나 정부가 내놓은 기본계획 수립 예정 연도는 내년이다.
어기구 의원은 “주민들은 집과 농경지, 일터가 물에 잠기는 고통을 겪는데 정부는 홍수 대비의 출발점인 법정계획조차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막대한 복구 예산을 쏟아붓는 방식만으로는 하천 관리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 의원은 “기후변화로 달라진 강우 여건을 반영해 계획 재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는 하천별 지연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려 완료 시한을 명확히 하고, 계획 수립 전이라도 위험 구간 점검과 보강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