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3차 당진시 경관계획을 세우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필자는 당진지역건축사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였고, 이에 느낀 바를 시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한다.
‘경관’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해 우리가 매일 보는 도시의 풍경이다. 출근길 가로수와 간판, 아파트와 상가의 모양과 색, 왜목마을의 해돋이와 면천읍성의 옛 성곽이 모두 경관이다. 경관계획은 이 풍경을 어떻게 지키고 가꿀지 정하는 계획으로, 법에 따라 5년마다 새로 세우게 되어 있다. 당진이라는 큰 집을 어떻게 꾸밀지 정하는 ‘집 꾸미기 설계도’인 셈이다.
경관이 왜 중요할까? 같은 음식이라도 정갈한 그릇에 담기면 더 맛있어 보이듯, 같은 거리라도 간판이 가지런하고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면 걷고 싶어지고 걸음이 머문다. 사람이 머무는 거리에는 가게에 손님이 들고,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 반대로 제각각인 원색 간판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은 한번 들어서면 수십 년 동안 바꾸기 어렵다. 풍경은 시민 모두가 날마다 함께 쓰는 공공의 재산이다.
이번 계획은 ‘풍요로운 자연과 멋스러운 인문의 황금빛 경관도시 당진’을 목표로 도시의 색, 역사, 녹지, 밤 풍경을 함께 가꾸겠다고 밝혔다. 도로나 다리 같은 공공시설의 모양도 더 꼼꼼히 살피고, 당진 시내와 석문국가산단, 면천읍성, 난지도는 ‘특별히 신경 써서 가꿀 동네’로 정해 관리하겠다고 한다. 방향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계획과 계획 사이가 끊겨 있다. 5년마다 새 설계도를 그리지만 지난 설계도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돌아보는 과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집을 꾸미면서 5년 전에 칠한 벽 색은 잊은 채 매번 새 색을 고른다면 집안은 어수선해질 뿐이다. 경관은 5년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 심은 가로수가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기까지는 십수 년이 걸린다. 계획도 이어달리기처럼 앞 주자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둘째, 규제가 많다고 풍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계획에는 특정 지역에서 건물을 지을 때 크기와 상관없이 시청과 모양과 색을 미리 의논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취지는 좋지만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동네에 작은 가게 하나 지으려는 시민이 서류를 고치느라 몇 주를 더 기다리는 일이 생긴다. 대상을 무작정 넓히기보다 꼭 지켜야 할 곳에 힘을 모으고, 누구나 미리 알 수 있는 쉬운 기준을 만드는 편이 낫다.
셋째, 의견을 듣는 시점이 너무 늦다. 공청회는 계획이 거의 다 만들어진 뒤에 열린다. 다 지은 집 앞에서 “부엌 위치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 봐야 고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설계도를 그리는 처음부터 현장을 잘 아는 지역 건축사와 그 동네에 사는 주민이 함께해야 한다.
그래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5년마다 지난 계획의 성적표를 만들어 다음 계획의 출발점으로 삼자. 시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꼭 지킬 원칙과 동네는 오래도록 꾸준히 지키자. 그리고 시민과 전문가, 행정이 언제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설 논의의 자리를 만들자. 시민의 몫도 있다. 우리 가게 간판이나 담장 하나를 고를 때 이웃 풍경을 한 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거리는 달라진다.
경관은 당진을 찾은 사람이 처음 받는 인상이자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공동의 재산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경관계획이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당진의 풍경을 한 겹씩 차곡차곡 쌓아 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