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로고를 사용하고, 시장의 불참을 비꼬는 현수막을 내걸고, 도로에는 락카를 칠했다. 김 모 씨 개인이 개최한 ‘2026 당진황금들녘 건강마라톤대회’가 행사 운영을 둘러싸고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참가자들에게 코스별로 5만 원의 참가비를 받은 가운데, 당진시의 공식 후원을 받지 않았음에도 시와 공공기관의 로고를 홍보물에 사용한 데다 삽교호 관광지 일대 현수막 게시와 공용주차장 차량 통제, 응급의료 대책 등을 두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공공기관 로고 무단 사용
“문제 된다면 벌 받겠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문제로 드러난 것은 개인이 개최한 행사에 당진시와 공공기관의 로고가 무단 사용됐다는 점이다.
당진시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시의 보조금 지원이나 공식 후원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현수막과 카탈로그 등 홍보물에는 당진시의 심벌마크와 로고, 시그니처 등이 사용됐으며, 카탈로그의 후원·협찬 기관란에는 당진시의회, 당진시보건소, 당진시자원봉사센터 등의 로고도 포함됐다. 이들 기관의 공식 후원이나 협찬은 없었다.
공식 후원이나 협찬을 받지 않은 기관의 로고가 홍보물에 사용되면 대회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열리는 행사로 오인될 수 있다. 지역의 한 마라톤 동호인은 “지난 4월 김 모 씨가 개최한 벚꽃마라톤 대회 때도 다른 지역 동호인들이 ‘이게 무슨 대회냐, 시에서 여는 대회냐’며 많이 오해받았다”고 말했다.
김 모 추진위원장은 “사기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 행사를 5월부터 준비했는데 인쇄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기관들이 참여할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이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후반에 제작된 것들에는 로고를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찬당진’ 등은 우리 당진에 사는 시민이면 누구나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짧은 식견으로 사용했다. 그게 문제가 된다면 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기재 시장 불참. 많이 바쁘시답니다’
대회 현수막 게시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삽교호 관광지 곳곳에 현수막이 불법적으로 게시돼 시민 불편을 초래했으며, 일부 현수막에는 김기재 시장과 당진시의회 의장 등의 사진과 참석 여부를 표시했다. 특히 ‘김기재 시장 불참. 많이 바쁘시답니다’라는 문구를 담아 시장의 불참을 비꼬았다. 이 밖에도 시청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나 ‘드론쇼는 없애야 한다’는 등 대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도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에서 참가자가 모이는 대회에서 시장의 불참을 비꼬는 문구를 내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에서 열린 행사인 만큼 지역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추진위원장은 시장의 불참을 언급한 현수막을 “일부러 게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대회를 개최한 것이 아닌데, 체육회와 시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았다”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안전 확보 위한 조치, 원상복구·벌금 낼 것”
공용주차장 통제와 도로 훼손을 둘러싸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 모 추진위원장은 삽교호 관광지 공용주차장 입구 등에 차량 이동을 요청하는 현수막을 걸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차량을 통제했다. 이로 인해 관광객과 주민들이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차량을 통행하는 데 불편을 초래했다.
도로에 락카를 칠해 통행 방향을 표시하고 ‘행사기간 차량통제’라는 문구를 적은 것도 논란이 됐다. 삽교호 관광지를 관리하는 당진도시공사 측은 도로에 락카를 칠해 도로의 미관이나 본래 효용을 훼손하고 원상복구가 필요한 경우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등을 손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모 추진위원장은 해당 행위가 불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참가자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경찰 등 인력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며 “라카 표시는 원상복구하거나 관련 벌금을 내겠다”고 말했다.
구급차 배치 없어
“사설 업체 비용 올라”
도로에는 참가자 안전을 위해 락카로 통행 방향을 표시했지만, 정작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료 지원은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다. 대회 한 참가자는 온라인에 올린 후기를 통해 대회장에서 반환점까지 이어지는 코스에서 응급대기 차량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모 추진위원장은 “지난 4월 당진 벚꽃 건강 마라톤대회 때 불렀던 사설 응급차 업체에서 요구한 비용이 3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올랐다”며 “돈이 없다. 30만 원에 나왔으면 좋겠다.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라. 결국 안 왔나 보네”라고 말했다.
이어 “119 소방서에도 연락했으나 마찬가지로 지원 안 된다고 상주 안 되고 순환하겠다 해서 그 말을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회 중 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으며, 119에 신고했지만 사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자체 오토바이로 부상자를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원가절감 의혹 “내 돈 3000만 원”
대회 운영 과정에서 참가자들과의 마찰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온라인 공간에 대회를 나흘 앞두고도 배번호를 받지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참가자는 확인 결과 배번호 분실이나 배송 문제로 배송되지 않았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참가자 모집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상금도 줄었다. 김 모 추진위원장은 당초 1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종 참가자가 999명이 채 되지 않아 시상금을 지급할 현금이 부족했고, 이에 상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응대 방식도 논란이 됐다. 김 추진위원장은 대회 운영 문제를 제기한 참가자에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깐죽대지 마시고 조용히 참석하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오픈채팅방에서 참가자들과 마찰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픈 카톡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시달려 업무가 마비된 상태에 험한 말과 불화가 있었다”고 말하며 원가절감 의혹에 대해서는 “원가절감이 아니라 내 돈 3000만 원을 들여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의 관리·감독 체계도 점검해야
이번 대회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동시에 민간 체육행사에 대한 행정 기관의 관리·감독 체계도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느껴졌다. 공공기관 로고 사용부터 현수막 게시, 공용주차장 통제, 도로 도색, 응급의료 대책까지 논란이 이어졌지만, 취재 과정에서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허가 절차를 확인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대회가 열린 삽교호 인근의 관리 주체와 허가 절차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 간 혼선도 있었다.
공공기관 로고 사용에 대한 대응도 뒤늦게 이뤄졌다. 본지가 행사 홍보물에 당진시 로고 등이 사용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문의하자 그제서야 당진시 담당 부서는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식 후원을 받지 않은 행사에서 시 로고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조례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 행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과 공공시설 이용, 참가자 안전, 공공기관 명칭·로고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은 별개의 문제다. 민간 주최 행사라도 공공시설과 도로를 이용하고 다수의 참가자가 모이는 만큼 관련 절차와 안전 대책을 갖춰야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시설 이용 허가와 안전관리, 공공기관 로고 사용 등을 담당하는 부서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