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당진 지역 농가에 들어온 방글라데시 외국인 계절근로자 대부분이 근무지를 이탈한 데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 갈취를 견디다 못해 노동착취 고소장까지 접수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 46명 무단이탈

당진시 농업정책과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당진에 입국한 방글라데시 국적 계절근로자 52명 가운데 46명이 배정된 농가를 벗어나 이탈했다. 체류 기간별로는 3개월 단기 근로자 35명이 체류 만료를 앞두고 일터를 떠났고, 5개월과 8개월 계약 근로자 일부도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무단이탈 규모는 올해 베트남(987명 입국 중 4명 이탈)이나 라오스(516명 입국 중 9명 이탈) 등 다른 국가 출신 근로자들과 견주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당진시는 법무부 지침에 따라 무단이탈률이 70%를 넘는 방글라데시 국적 근로자에 대해 향후 3년 동안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탈 근로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서 기타 체류 자격인 지(G)-1 비자로 전환해 3개월 단위로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다른 지역으로 숨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12시간 중노동… 노동착취 고소

대규모 이탈 사태 이면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당한 대우도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4월 계절근로자로 입국해 순성면 일대 농가에 배치됐던 방글라데시인 A씨는 취업 중개인 B씨와 고용주 4명을 노동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고소했다.

고소장 내용을 보면 A씨는 계약서상 고용주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루 8시간 근로 계약과 달리 하루 12시간 이상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고,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장소를 벗어나 홍성과 태안 등 타 지역을 돌며 밭일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새벽 4~5시에 시작된 일과는 밤 12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더욱이 취업 중개인 B씨는 계약서에도 없는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6만 원씩을 떼어갔고, 근로 시간 대비 턱없이 적은 임금을 지급했다. 과도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일터를 벗어난 뒤에는 본국에 있는 가족을 위협하는 협박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관리 인력 2명뿐… 감독 한계 노출

현재 당진 지역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일반 개인 농가 1591명, 농협 위탁 114명 등 모두 1700여 명에 이른다. 주로 고구마와 감자 등 대규모 밭농사를 짓는 농가에 집중 배치됐으며, 한 농가에 많게는 14명까지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를 현장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당진시 담당 공무원은 2명에 불과하다. 분기별 정기점검과 수시 민원 확인에 나서고 있으나 수백 곳에 달하는 농가와 17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 실태를 일일이 살피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농가 사정에 따라 일감이 줄어들면 계약된 월급을 주지 않거나 타 농가로 근로자를 보내는 편법 고용이 빚어지는 배경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출입국 당국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농가 과실이 확인되면 벌점 부과와 더불어 1년 이상 계절근로자 배정을 제한하고, 외국인 인력 송출 관리 체계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