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 지부장의 비리 의혹과 임원 선출 파행으로 7년째 사고지부로 묶여 멈춰 선 당진 연극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지역 연극인들이 행동에 나섰다.
당진지역 연극인들은 지난 5일 문화예술창작소 내숭 연습실에서 ‘(사)한국연극협회 당진지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발족식을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사)한국연극협회 충남지회 당진지부 사고지부 지정 해제와 정상화를 위해 이날 위임을 포함, 지역 연극인 17명이 참여해 지부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연극인들은 이날 의결을 거쳐 비대위 위원장에 문영미 문화예술창작소 내숭 대표, 부위원장에 김미라 극단 마주 대표, 감사에 홍진웅 극단 태양 대표, 간사(사무국장)에 강주경 극단 마주 단원을 선출했다.
7년째 ‘무기한 사고지부’ 묶여
한편, 비대위에 따르면 당진지부는 지난 2014년 회원 11명으로 인준을 받아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2019년 전임 지부장의 보조금 횡령 의혹과 단원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터지며 혼란에 빠졌다. 충남지회 감사 과정에서 정관에 규정한 총회 소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원을 선출한 사실까지 드러나 기존 임원 선출이 무효화 됐다.
이후 2019년 5월 18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 임원진을 선출하고 충남지회 승인까지 받았으나, 일부 회원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상급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며 내부 갈등이 격화됐다. 이에 한국연극협회 충남지회는 2019년 9월 23일 공문을 통해 경찰 조사와 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 당진지부를 무기한 사고지부로 지정했다.
당진지부 회원들은 2021년 11월 30일 사고지부 지정 철회와 임원 선출을 위한 긴급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고, 구두로도 수차례 정상화를 요청했으나 충남지회는 법원 판결 미확정을 이유로 7년 동안 실질적인 조치를 미뤘다.
정회원 승급 막히고 공적 지원 배제
지부 기능이 멈춰 서면서 당진지역 연극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정회원 자격을 갖추고도 신규 입회를 하지 못했고, 대한민국연극제 예선 등 공식 무대 참가 길도 막혔다.
현재 당진에는 문화예술창작소 내숭, 극단 마주, 극단 태양, 극단 곰탕 등 4개 극단에서 30여 명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부가 마비되면서 지자체와 문화재단의 공모사업이나 제도적 육성 지원에서 소외돼 개별 극단 운영에도 한계가 쌓였다. 결국 당진 연극인들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대립을 넘어 무너진 활동 기반을 스스로 되찾고자 비대위를 꾸렸다.
중앙회에 요구사항 확정
비대위는 충남지회의 소극적 태도로는 사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해, 서울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 중앙회 이사장에게 직접 요청서를 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중앙회 이사회가 열리는 11월과 12월 회기에 맞춰 이사회 안건으로 공식 상정시킨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중앙회에 △당진지부 사고지부 지정 해제와 조속한 정상화 △사고지부 유지 사유 확인과 중앙회 차원의 공식 정상화 절차 안내 요청 △기존 정회원 자격 확인과 신규 회원 가입 기준 마련 △중앙회 정관과 규정에 따른 임원 선출과 지부 재구성·재설립 추진 △중앙회 공식 서면 회신 요청 등이다.
비대위는 중앙회 회신 결과에 따라 지부 복원이나 재설립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만약 기존 지부 인준이 취소되더라도 마주 등 자격을 갖춘 정회원 극단과 지역 배우들을 규합해 정식 지부 재창립 요건을 신속히 갖춰 나간다는 구상이다.
[미니 인터뷰] 문영미 비상대책위원장
“무너진 권익 되찾고 당진 연극의 힘 다시 보여줄 것”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배경은 무엇인가.
“사고지부 지정이 7년 동안 이어지며 가장 억울하게 피해를 본 이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연극을 해온 배우와 당진지역 단원들이다. 자격 조건을 다 갖추고도 정회원이 되지 못해 큰 대회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는 등 기회를 잃었다. 특정 개인의 과거 잘못이나 갈등에 얽매여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지역 연극인들이 뜻을 모았다.”
▪충남지회가 아닌 중앙회로 직접 요청서를 보내는 까닭은.
“그동안 충남지회에 수차례 당진지부 정상화를 건의했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핑계만 대며 미뤄왔다. 지회 차원의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회에 요청해 왜 7년 동안 방치했는지 명확한 규정 근거를 문서로 확인하고 중앙회가 주관하는 공식 수습 절차를 밟고자 한다.”
▪앞으로 비대위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중앙회의 회신에 따라 기존 지부를 복원하든, 새로운 지부를 재설립하든 당진 연극계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뼈대를 세우겠다. 당진은 충남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배우와 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흩어진 지역 극단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당진 연극의 저력을 무대 위에서 증명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