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확에서 고품질 위주 쌀생산 전환해야
단보당 쌀생산 1위 더이상 자랑거리 못돼
고품질 위주 생산위한 노력 전개해야
지방선거는 주민이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지역의 주요 사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기 위해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인 만큼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선거는 정치지망생들의 중앙진출을 위한 발판에 다름 아니었다.
이에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좥선택 2002 지방선거 “지역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좦 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지방선거가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농업위기의 풍경 1.
합덕읍 회태리에서 3만평의 논을 경작하고 있는 김성환씨(49세)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쌀값 하락으로 소득이 1천5백평 한 구간 당 전년대비 1백만원 이상 줄어들어 가계형편이 근래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큰아들에 이어 작은아들도 대학에 입학해 두 아들의 교육비 지출에 여간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다.
비단 이러한 고민은 김씨 뿐만 아니라 군에서 농사를 짓는 거의 모든 농민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농업위기의 풍경 2.
합덕농공고의 올해 입학자는 총 61명으로 인가된 165명에 비해 입학률이 40%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계 고등학교의 위기는 곧 지역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동문들의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덕농공고의 위기는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진농업의 위기
당진군 농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총 농가수가 1만5천890가구로 전체 가구수인 3만9천951가구의 39%를 차지하고 경지면적이 군 전체면적의 42.6%를 차지하는 당진군은 그 동안 가파른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농업군으로서의 면모를 지켜왔다.
특히 당진군은 북부권을 중심으로 3개의 국가공단과 당진화력, 한보철강, 동부제강 등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하는 가운데에서도 남부권을 중심으로 3년 연속 단보당 쌀생산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농업웅군으로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쌀 증산정책 포기와 재고미 누적 발표 등으로 산지쌀값이 폭락한 이후 당진농업은 근래들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농민들은 연이은 대풍 속에서도 농업에 대한 의욕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합덕농공고는 정원의 반도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농업의 위기는 단지 농업의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부문까지 파급되고 있다. 농민들의 수입이 줄어듦에 따라 주변 상가들과 시장 상인들도 뚝 떨어진 매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야흐로 농업과 농민의 위기는 당진군의 미래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애물단지 ‘쌀 생산 1위’
당진군은 지난 97년부터 연속으로 단보당 쌀 생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한 넓은 농토와 뛰어난 영농기술, 그리고 다수확 위주의 쌀 생산 정책 때문이었다.
정부의 쌀 증산정책은 지난 92년과 93년의 가뭄과 냉해, 홍수 등으로 94년 쌀 재고량이 67만석에 그치는 바람에 WTO에서 권고하는 3개월치 보관분 570만~600만석에 못 미치면서 본격 추진됐다.
당진군은 정부의 다수확 위주 정책에 호응하면서 쌀 생산 1위를 고수하기 위해 다수확 품종 및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등 적극적인 쌀 증산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당진군은 연속으로 단보당 쌀 생산 1위를 차지하면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판로개척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쌀 증산정책 포기 선언은 지역 농업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수확 위주 정책의 파산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쌀 소비 감소와 재고 누적 등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산지 쌀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쌀 생산 1위는 자랑이 되질 못했다. 매년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당진군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웠던 ‘단보당 쌀 생산 1위’는 오히려 담당부서에서 공개를 꺼리는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증산을 통한 수익성을 목표로 다수확 위주의 품종선택과 재배기술의 발달, 질소비료의 과다시비 등으로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을지 몰라도 품질경쟁력은 그렇지 못했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확 위주의 쌀 생산은 강원도의 철원쌀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제 다수확은 당진쌀의 명성을 유지시키지도, 수익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당진쌀 이미지 확보 실패
다수확 위주의 쌀 생산은 품질경쟁력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생산량 증가에 비해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전체 쌀 재고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당진군의 ‘쌀 생산 1위’는 더 이상 장점이 되질 못했다.
더욱이 미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의 실패는 당진쌀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또한 품종간 혼합 가공유통, 고온 급속 건조 등도 품질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98~99년 수해로 도복된 벼를 수매 가공해 판매하는 바람에 당진 쌀의 질이 저하되면서 소비자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각 읍·면 농협간의 판매경쟁도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특별한 브랜드도 없는 데다 적극적인 홍보의 부족으로 이미지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고품질 쌀 생산 기반 마련해야
당진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수확 위주에서 고품질 위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고품질의 쌀 품종 선택과 종자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RPC를 중심으로 고품질쌀 계약재배를 연차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2~3개의 품종에 국한해 우량품종을 선택하고 볏짚과 축산퇴비, 녹비, 호맥, 규산질을 통한 지력증진, 질소질 비료 줄이기, 품종별 구분수확 및 농가별 수확시기 지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품질쌀 생산을 위해서는 토양성분의 개량도 필요하다. 계약재배 농가에 대한 RPC별 적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점적인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고품질쌀과 중품질 쌀, 하품질 쌀로 쌀 품질을 계열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PC의 경우 특히 건조 저장능력의 확대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운영 적자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경영정상화 및 자치단체 등의 예산지원을 통한 건조 저장 능력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친환경 재배 쌀 등 특수미의 재배기반 조성도 당진쌀 고품질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다.
허충회 전 당진군농민회장은 “고품질 생산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해야 하며 생산자인 농민과 농협의 노력, 이와 함께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지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