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고대면 슬항리 출신

인천거주

당진시대 3월25일 기사에서 합덕농공고의 학생이 줄어들어 큰 걱정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정원 165명에 올해 입학생은 61명이라고 한다. 학교와 동창회에서는 학교 이름에서 ‘농’자를 빼는 것까지 생각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한다고 한다. 본인은 학교 이름에서 ‘농’자나 ‘공’자를 빼서 해결될 일이 아니며, 문제는 학생들에게 전망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가 21세기에 농업과 공업이 계속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없어져야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 답이 나온다. 21세기에 농업은 변화할 뿐 결코 소멸되지는 않는다. 사람이 사는 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은 일시 수입농산물의 공세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이제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 정보통신은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더라도 생산되는 물건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어 나를 물건이 없으면 달구지나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이 필요없고, 전할 말이 없으면 우편제도나 전화와 같은 통신수단이 필요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농업이나 공업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실체로 나타나는 것이다.

21세기 농업에서는 생태환경적인 유기농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농업은 생태환경의 보호, 우리 사회 거주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 문화적 다양성 보존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생태환경농업을 보급하여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포기하고 식량을 모두 사다 먹자고 하는 이도 있지만 말도 안 된다. 유기환경 농업은 수입농산물을 막고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는 거의 유일하고 희망적인 대안이다. 아직은 농산물 소비의 2%에 그치지만 분명히 미래의 대안산업이다. 다만 아직 그에 대한 생산자, 소비자, 정부기관 모두의 인식이 낮다는데 문제가 있다.

당진은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당진 돈은 서울로 빠지고 서울 쓰레기는 당진으로 몰려드는 버려질 땅이 아니라 수도권 인구에게 농산물을 공급하는 근교농업지요, 주말에 자연 속에서 산소를 마시게 하는 근교 농촌관광지이다. 공업도 마찬가지이다. 환경을 해치고 저임금에 의존하는 제조업은 퇴출되고 환경을 살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공업부문에서 당진이 중국과의 교류에 가장 유리한 지역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당진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친환경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공업을 개발하는 것이 후손을 위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농업과 공업은 버릴 것이 아니라, 그 위상을 변화시켜 21세기에 그들의 가치를 높여야 할 보배인 것이다.

본인은 합덕농공고에서 ‘농’자와 ‘공’자를 빼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주자고 제안한다. 21세기에 필요한 생태환경 유기농업의 먹을거리 생산과 유통, 친환경적인 공업의 발달에 맞추어 이 고등학교의 내용물과 포장을 바꾸자는 것이다. 학과의 경우, 예를 들면 유기환경농업, 도시와 농촌을 잇는 도농직거래 유통, 농촌관광 경영, 대안에너지의 이용, 애완동물의 사육과 같은 과목이나 학과를 설치한다. 환경농업 과목에서는 유기농 생산에 필요한 생태환경의 순환과정, 발효, 토양검사법, 전통 농법을 가르치고, 도농직거래유통 과목에서는 유기농산물의 특성, 수도권과 동아시아 농산물 유통 과정을 가르치고, 농촌관광경영 과목에서는 당진을 비롯한 내포지방의 역사, 지리, 농촌 체험 지도 방법을 가르치고, 대안에너지 과목에서는 태양에너지, 풍력, 발효열, 파도력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방법을 가르치고, 애완동물 사육과목에서는 애완강아지는 물론 애완돼지, 햄스터, 애완파충류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친다. 특히 학교에서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대비하여 영어와 중국어로 말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졸업하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회에서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는 전문대학 식의 커리귤럼을 도입한다. 학교이름도 합덕대안산업고등학교 같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일 점은 이러한 전환에는 기존의 사고나 틀에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농공고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지만 전향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의 배치가 필요할 것이다. 대안적 사고 없이 대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당국, 교사, 동창회의 의견뿐 아니라 농민단체, 산업단체, 교육단체,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 군민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외의 사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것을 당진 의제21의 한 주제로 포괄하여 당진의 농업과 공업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는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학생들도 합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대안학교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웃 홍성의 풀무농업기술학교(고등학교 과정과 전문 과정)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였으나 반세기에 걸친 노력 끝에 지금은 1년전에 입학신청을 하고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명문이 된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