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좌파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멀쩡한 사람도 좌파로 몰아서, 아니 빨갱이로 몰아서 옥죄려고 하는 이 나라에서 좌파 영화를 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세계적인 좌파감독으로 이름난 켄 로치 감독의 2000년작 가 국내에서 개봉된다. 부산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되었던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며, 또 꾸준히 소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참고로 그는 1990년대 이후로 거의 매년 작품을 연출한다).

먼저 드는 의문은 제목이 왜 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영화에 상세히 그려져 있다. 미국에서 빌딩 청소부일을 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불법 노동자 마야는 언니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불법노동자는 열심히 살아가도 인간적 생활을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언니 로사는 매우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의 형부는 당뇨병에 걸려 손을 쓰지 않으면 일을 당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자식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야는 단지 조금 늦게 출근했다는 이유로 ‘짤리는’ 노동자를 보면서 노조를 결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노조에 가입하면 의료보험도 되고, 급료는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눈치 챈 회사측에서는 당연히 반대한다. 특히 마야를 미화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 반장이 나서서 방해하고 협박한다. 그런데 그 반장은 마야를 회사에 넣어주면서 한달 월급을 소개비 명목으로 챙겼던 인물이다.

노조를 주도했던 인물들이 회사에서 잘리면서 그들은 이제 거리로 나선다. 이때 그들이 내세우는 구호가 바로 “we want breads but roses too”이다. 그렇다. 제목처럼 그들에게는 빵(생존)도 필요하지만, 장미(생활)도 필요하다. 결국 그들은 집요한 방해공작을 극복하고 마침내 노조를 성취한다.

의 가장 뛰어난 점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노조를 고발한 언니에게 화가 난 마야가 따지는 장면이 있다. 로사는 집에서 차분히 다리미질을 하고 있다. 통상적이라면 배신한 언니가 미안하다며,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리미질을 하다가 이윽고 입을 연다.

“내가 배신자 같니? 네 배를 채워줬는데? 아버지가 집 나가서, 남편이 아파서, 네가 일자리를 원해서, 난 몸을 팔아!”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울먹이며, 왜 자신은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남의 인생을 위해 살아야 하냐고 탄식한다.

자,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마야는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일 뿐이다. 로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켄 로치는 이런 상황을 담담히 보여주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감동을 받는다. 물론 반장 같은 인물을 전형적인 ‘악의 축’이자 권력의 하수인으로 설정해 놓았지만, 로사라는 복잡다단한 인물을 통해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한다.

이 영화에는 그 흔한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예산 영화이다. 더군다나 켄 로치는 해피엔딩을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끝내지도 않았다. 노조의 요구가 성취되는 ‘거시적’ 해피엔딩을 뒤로 하면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동료를 위해 절도를 했던 것이 탄로난 마야가 멕시코로 다시 돌아가야 했던 ‘미시적’ 언해피엔딩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닭장차를 타고 떠나는 마야를 배웅하는 동료들이 보이고, 이어 멀리서 지켜보던 언니가 뛰어오면서 잘 가라고 눈물로 배웅한다.

사족. 그런데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미국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은 어떤가. 노조라는 말은 그들에게 호사인지도 모른다. 육체적 폭력, 욕설, 임금 체불... 심지어 같은 민족인 조선족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

진정 무서운 건 ‘내 안의 파시즘’이다. 우리가 과연 르팽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타인종을 차별하겠다던 르팽의 공약과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가. 그의 공약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우리 아닌가. 아아, 대한민국!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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