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헬렌 니어링

옮긴이 / 이석태

출판사 / 보리 출판

가 격 / 6,800원

땅에 뿌리박은 충만한 삶, 그리고 평화로운 죽음

원하는 삶을 살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 행복한 이들의 이야기

올 3월 할머님이 98세로 삶을 마감하셨다. 나 어렸을 적 시조를 줄줄 읊으시고 신문을 읽으시며 시사문제까지 거론하시던 그런 분이셨는데 몇 년 전부터 드러눕기 시작하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셨고 심지어는 당신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셨다. 운명하시기 보름 전 쯤 나는 오랜만에 할머니를 찾아뵈었는데 놀랍게도 당신을 꼭 닮은 손녀를 알아보셨고 나는 생명만 붙어있는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뺨을 어루만지며 새삼 인생무상을 절감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눈물지으며 소곤거렸다.

“할머니 이제 그만 평안히 돌아가세요.”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마저도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항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국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대학 강단에서 두 번이나 쫓겨난 스코트 니어링과 그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헬렌 니어링이 스코트 니어링을 흙에 뿌려보내고 쓴 책이다. 1904년 미국에서 태어난 헬렌은 한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는데 스물네 살에 21살 연상인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삶을 바꾸게 된다. 두 사람은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농장을 일군다. 헬렌과 스코트가 반 세기 동안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함께한, 땅에 뿌리박은 삶은 수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특히나 스코트 니어링의 삶을 마무리 하는 방법과 태도가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스코트는 헬렌에게 말한다.

“나는 내가 쓸모가 있는 만큼 오래 살고 싶소. 내가 쓸모있는 존재일 수 있는 한 계속 살고 싶소. 내가 당신을 위해 나무를 운반할 수조차 없다면 나는 가는 게 나을거요.”

스코트는 100세 생일을 맞이하여 단식으로 자신의 몸을 벗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헬렌은 그의 생각을 존중한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라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헬렌은 한달 동안 스코트에게 원하면 즉시 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여주었고 다음에는 스코트의 요구에 따라 물만 마시게 했다. 그러나 스코트는 병들지 않았고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으며 대화도 나누었고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점점 시들어 평온하고 조용하게 삶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렇게 스코트는 스스로 육체가 그 생명을 포기하도록 하여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져나가는 것과 같이 자신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1995년 헬렌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기쁘게 살았고 기쁘게 죽으리. 나는 내 의지로 나를 버리네’ 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을 좋아했다.

원하는 삶을 살고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