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창 원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외래교수
본지 대표이사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회장 단국대 치대 김경욱)에서 해외의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카자흐스탄 언청이 무료수술을 다녀왔다. 이번 해외 봉사활동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6박7일간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250㎞ 떨어진 딸띠꾸르간(Taldikurgan City)까지 이루어 졌다.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의 후원을 제외하고 참가자가 경비를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17명으로 이루어진 봉사단은 출발전 3차례의 준비모임을 통해 수술기구, 약품, 재료 등을 빈틈없이 준비했다.
학회장인 김경욱 단장님과 여러 교수님들, 그리고 수련의 등이 참가한 진료봉사단은 7월 16일 인천공항에 모여 오후8시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출발했다. 먼 여행에 앞서 늘 그렇듯이 출발 전에 복잡한 병원일, 학교일과 짜증나는 무더위를 뒤로하고 이국의 문화를 접한다는 마음에 약간은 마음이 설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국적기여서 낯선 기내식을 먹으며 예정대로 6시간 이상의 비행 끝에 새벽 2시경 알마더에 도착했다. 허름하고 규모가 작은 공항은 볼거리 등의 오락시설이 전무했다. 공항에는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현지 한인과 교포사업가의 도움으로 비교적 빨리 통과하였다.
공항에서 일행은 새벽2시 두 대의 봉고차에 나누어 타고 진료지인 딸띠꾸르간으로 출발, 약 5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였고 포장은 되었으나 노면이 고르지 않아 긴 여행에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딸띠꾸르간 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잘 지어진 많은 묘지를 볼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카작인(카자흐스탄인을 부르는 말)들은 살아서는 집 없이 유랑생활을 하고 죽으면 묘지를 잘 꾸며 집을 지어 준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일행의 일부는 짐을 풀고 일부는 병원 답사를 한 후 아침 식사 후 오전 10시가 넘어서 허름한(?) 호텔 방에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수술환자에 대한 예진이 진행되었다. 소아수술센터는 소아전문 병원으로 규모는 작았으나 외과계 환자를 주로 다루는 지역에서는 중요한 병원이었다. 예진을 하면서 아직 이곳에서는 발음, 성장 등 구순구개열 환자에 대한 전체적인 세심한 관리가 전문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 언청이를 비롯한 기형 환자들이 많은 까닭은 알마티 지역에서 북쪽으로 비행기로 3시간 떨어진 쎄미팔라친스크(Semipalacinsk) 지역에서, 미국의 네바다와 같이 과거에 핵실험이 많이 행해졌기 때문이라 한다. 비록 20년 전에 핵실험은 중단됐지만 40년간 지속된 공개 지하핵실험 결과 인구 34만의 쎄미팔라친스크 지역에는 아직도 무뇌증, 구순구개열, 피부 및 사지기형 등 불치의 방사능 유발 기형아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진료 둘째날 수술팀은 긴장된 마음으로 수술을 시작하였다. 1개의 수술방에서 2개의 수술대를 놓고 6건의 수술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구순열 1례와 구순열 변형증에 대한 2차 수술 2례, 그리고 구개열 3례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팀의 마취를 담당하는 의사는 일반외과의인 Dr. Malart와 외상환자를 담당하는 정형외과 의사인 Dr. Mels, 그리고 고려인 젊은 의사인 안드레이 박으로 이들은 외과의사이나 마취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들의 마취는 케타민을 사용한 정맥 마취로 아주 효율적이었다. 수술 첫날은 현지 수술방 간호사들과 언어소통 문제로 인하여 수술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였으나 이는 외국에서 수술하는 재미있는 일의 하나로 치부할 수 있었다. 오전수술이 끝나자 병원측에서 밀로 만든 빵과 과일, 밀크 티 등으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제공하여 주었다. 특히 큰 참외의 일종인 듸냐가 맛이 좋았으며 저녁에는 긴장을 풀고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국식 음식과 보드카를 즐길 수 있었다. 밤에는 썸머타임에도 불구하고 10시가 지나서까지 환하게 밝아서 남은 환자일과 그밖의 마무리 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셋째 날부터는 모든 일들이 착오 없이 진행되어 이차성 구순열-비변형증2례, 구개열 3례, 그리고 구개인두부전증 1례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진료 넷째 날은 토요일로 원래 이곳에서는 휴일이나 우리는 수술과 진료를 계속하였다. 수술팀은 1례의 구개인두부전증과 1례의 비구개 누공 그리고 4례의 구개열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였다. 수술 중에도 새로운 환자들이 계속 찾아와 수술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진료날짜에 제한이 있어 모든 환자를 다 수용하지는 못하였다. 한 부모는 우리가 한번도 수술받지 못한 구개열을 가진 동생을 수술하려 하였으나, 구개누공을 가진 비슷하게 생긴 형을 바꿔 넣어 진료단을 당황시키기도 하였다.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에게는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거절못하고 국소마취 하의 수술이 가능한 상순과 비변형 환자 2명은 예정 외에 국소마취 하에 수술을 더하여 주기도 하였다. 진료 마감후 진료봉사단은 모든 진료 비품과 소모품 그리고 옥시메타를 싸지코프 원장에게 전달하였다.
예정된 수술이 끝나고 저녁 시간은 병원 식구들과 함께 하였다. 특히 이날은 마취를 도와준 아드레이 박의 결혼식이 있는 날로 신랑, 신부가 함께하여 더욱 기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 스태프진과 구순구개열 환자와 보호자들은 고마움을 표시하였고 진료단은 그들에게 주의사항을 이야기 해주었다. 저녁에는 양고기와 말순대를 먹으며 계속적인 진료봉사와 민간 차원에서의 양국간의 우호증진을 약속하였고 여흥이 남아 있던 사람들은 삼삼오오 나이트클럽으로 향하였다.
일요일은 비가 귀한 알마티에서도 비가 계속 내렸으나 야유회가 계획된 우리에게는 반가울 리 없었다. 진료팀은 환자들에 대한 드레싱을 해주고, 숙소에서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싸들고 근처의 냇가에 도착하였다. 중국의 천산산맥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라 청정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계곡에서 무지개 송어를 직접 잡지는 못하였지만 돼지고기 바베큐와 양고기 구이인 샤슬리를 만들어 보드카와 함께 하였다.
월요일은 마지막 날로, 진료팀은 아침에 일찍 딸띠꾸르간 시에서 알마티 시로 이동하였다. 일행은 주카자흐스탄 대사관과 작년 진료지인 알마티 제5병원을 방문하였으며, 나머지 시간은 가벼운 등산과 한국에 가지고 갈 선물을 준비하였다. 밤10시 알마티 공항에서 정들었던 장재필 선생 부부, 김선학씨, 발렌틴 한, 그리고 박석하씨와 이별을 고하고 우리는 녹초가 된 몸으로 밤 비행기에 올랐다.
끝으로, 기간내에 진료봉사단이 무사히 진료를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외교통상부와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