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책임지는 임원진은 아무도 없어
금융사고에 대해 축협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축협은 6월에 발생한 금융사고(본지425호 보도)와 관련해 지난 1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무자원 수표발행’의 지시자인 유모씨에게 정직1개월, 창구직원 김모씨에게 주의촉구라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차명계좌를 이용한 부정대출에 대해서는 해당 금액에 대한 변상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금융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자원 수표발행’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정직1개월과 주의촉구는 형식적인 처벌에 불과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의지가 전혀 없는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단결근 = 금융사고?
과거 축협은 쉬는 시간에 교통사고를 내고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은 직원에게 무단결근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정직1개월의 징계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런데 중앙회 감사까지 진행된 ‘무자원 수표발행’이라는 금융사고에 대한 징계가 무단결근에 대한 징계와 같은 정직1개월로 처리된 것이다. 또한 수표를 발행한 김씨에게 취해진 주의촉구는 징계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축협에 근무한 바 있는 김모씨는 “무자원 수표발행은 통장에 해당 금액이 없는 상태에서 수표를 발행하는 것으로 공금횡령에 해당되는 범죄행위이며 형사고발될 사안”이라며 “파면정도의 징계가 가능한 중대한 사안이고 지시를 받아 수표를 발행한 사람도 공모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편 차명계좌를 이용한 부정대출에 대한 처리도 변상조치에 그쳐 재발방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재수없어 걸리면 물어내면 된다”는 생각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기원 당진축협 조합장은 “해당 직원들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두달동안 대기상태로 충분히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으며 정직 1개월이면 강한 처벌”이라며 “징계내용은 인사위원회 결정사항으로 감사결과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이 아니었으며 문제가 된 금액이 당일 바로 입금된 점 등을 감안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원에겐 도의적 책임만 있나
어떤 조직이건 임원진은 담당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직원들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면 임원진에게도 당연히 관리감독의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직원들에 의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당진축협에서 해당 사안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책임을 추궁당한 임원은 아무도 없다.
임원진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 김 조합장은 “이번 사안은 1억원의 작은 금액으로 결재사항이 아니어서 담당 상무 등 임원진은 모를 수도 있다”며 “임원진에겐 도의적인 책임만 있을 뿐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축협에 근무하고 있는 또다른 김모씨는 “직원들이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저지른 이번 사고는 평소 임원진의 관리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직원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근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아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임원진이라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고 임원진의 무책임한 풍토를 질타했다.
신뢰에 기반한 신용사업, 투명성 높여야
김 조합장은 “앞으로 매주 관리자 아침회의에서 채무, 대출 관계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이번 같은 사고가 다시 생기면 창구직원과 관리책임자도 모두 처벌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재발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금융 관계자들은 “사후처리가 형식적 처벌에 그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권건오 전 당진축협 감사실장은 “공공의 자금을 운영하는 금융기관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신용”이라며 “문제 발생의 원인과 처리과정을 명확히 공개하고 사안에 상응하는 합당한 사후 처리 등 내부의 투명성을 높여야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