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우면 자기 일 못하쥬. 자기 일에 기쁨이 있어야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겄슈. 소식을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일보다 기쁜 일이 어디있겄슈.”

기지시 우체국 나기하 집배장에게 우편배달부는 천직이다. 18살에 편지를 한아름 들고 농로를 바삐 걸어가던 그 청년은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56살의 장년이 됐다.

자그마치 38년 동안 나기하 집배장은 군대에 간 자식의 소식이나 연인이 보내온 연애편지나 그 외에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는 소식들을 십년을 일년 같이, 일년을 하루 같이 주민들에게 전해주었다.

그의 하루는 일곱 시경 우체국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일로 시작된다. 서너 시간 동안 우편물을 분류하는 작업이 끝나면 그의 손을 따라 매일 700~800통의 편지가 주민들에게 전해진다. 항상 두 손으로 편지를 건네주는 그는 노인들에게는 건강하세요, 손자 같은 아이들에게는 아이구, 많이 이뻐졌네, 하고 인사말을 잊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소중한 소식을 전해주는 일이 그에겐 가장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를 모르는 주민들이 없을 정도여서 며칠만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주민들이 먼저 왜 안 오느냐고 물어온단다. 이제는 기력이 떨어질만도 하건만 그의 업무능력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김태형 기지시우체국장은 “항상 앞장서서 일하는 나기하 집배장은 다른 직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자기 몫의 배 이상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자자하게 늘어놓았다.

“주민 편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이유. 그래서 근심스럽고 걱정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좋은 거쥬. 내 일이 소중하고 그 일을 하면서 기쁘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거쥬. 뭐, 다른 게 있겄슈.”

그의 말처럼 38년 동안 주민들의 비둘기로 편지를 전해준 그의 얼굴은 편안하고 아름답다. 불평이나 불만족, 피곤함, 귀찮음 등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이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내는 그에게 있어 정년까지 앞으로 2년6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그 시간마저도 그는 누구보다 행복할 것이다. 자기 일을 사랑한 사람의 황혼은 빛나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