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만 기상청 서산기상대 대장
날씨변화가 우리 몸에 미묘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예로부터 잘 알려져온 일이다.
비가 오려고 하면 오래된 상처가 쑤시기도 하고 만성 류머티즘이 갑자기 악화되기도 한다. 우리들은 이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 불가사의한 메커니즘에 과학이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흔히 정신적인 것으로 취급해 왔다.
기상이나 기후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해명하는 학문을 요즘 생기상학이라고 부른다. 이 분야의 조직적인 연구를 위해 국제 생기상학회가 창설된 것이 1956년으로 40년 미만의 짧은 역사이지만 그 성과는 대단하다.
생기상학에서는 동물, 식물을 포함하여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인체와 기상과의 밀접한 관계가 해명되기 시작했다. 즉 기상과 관계가 깊은 병을 ‘기상병’과 ‘계절병’으로 나누고 있다.
기상병이라고 하면 류머티즘이 관절염처럼 저기압이 접근할 때 통증을 심하게 느끼고, 저기압이 통과하면 통증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현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병을 말하며, 계절병은 어느 계절이 되면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병을 말한다.
또한 기상병은 매일의 날씨처럼 비교적 짧은 기상 상황과 관련되어 병의 증상이 발생하고, 계절병은 기상의 주기적인 변화가 긴 것과 관련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엄밀한 의미의 구별은 어렵고 같은 병이라도 방법에 따라 기상병 또는 계절병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자살을 기상병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흥미있는 것이며 순간적인 자살의 의지 결정에 날씨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생기상학의 발전에 따라 그 결과를 의료 현장에 이용하려는 노력이 점차 시도되고 있으며, 외국의 병원에서는 대수술을 할 경우 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기압계를 크게 참고한다는 것이다.
즉 수술할 환자가 기상 병적인 인자를 갖고 있다면 기압 상태에 따라 환자의 신체적 환경이 보통 때보다 악화되므로 이런 때는 가능한 수술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견해이다.
또 같은 약이라도 날씨에 따라 효력이 다르다는 실험 데이터도 나와 있는데 일정량의 약은 일정량의 효력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받는 약봉지에는 약을 복용해야 할 시간 으로 식전후 등으로 적지만 생기상학의 연구가 발전하여 확실한 실험 데이터가 나오면 그 이후부터는 약봉지에다가 ‘고기압용’, ‘저기압용’ 등으로 적어야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매일 발표되는 일기예보의 견해를 바꿔 건강 예보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한랭 전선은 언제 통과할 것인가? 저기압은 언제 접근할 것인가 등 기상 병과 관계가 깊은 기상 현상의 이동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두통, 신경통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기상정보는 유익한 ‘건강정보’도 된다. 아울러 요즘은 날씨가 11월 하순 및 12월 초순 날씨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각별히 화재 및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