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전에 놀러 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거리고, 그 그늘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나 희 덕
1966년 충남 논산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9년 제1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
[시힘]동인으로 활동
시집. <뿌리에게 designtimesp=19494>,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designtimesp=19495>,
<그곳이 멀지 않다 designtimesp=19497>, <어두워 진다는 것 designtimesp=19498>
산문집. <반 통의 물 designtimesp=19500>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