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편지 2-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 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1년 첫시집 「뿌리에게」 간행

·현재 진명여고 교사. '시힘' 동인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