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짧다. 이제 연말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내 나이에도 일년이 더 보태지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송이가 땅에 닿자마자 녹는 것처럼 짧고도 짧은 것이 인생이다.

그 짧은 세월에 대한 위안이라면 항상 당신과 함께였다는 것. 당신 생각나는가. 서로 얼굴도 한번 못보고 결혼식을 올리던 그날. 그런데 내년이면 벌써 금혼식을 치러야할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5형제를 낳고 키운 당신, 논과 밭에서 살다시피 한 당신, 무슨 수호신처럼 부엌을 지킨 당신, 20여년 전 동네사람들과 함께 단양고수동굴을 관람하던 당신은 요즘 통 무릎이 좋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빨래와 밥은 당신의 몫.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토바이 뒷자석에 당신을 태우고 다니는 것뿐이다.

8년전의 환갑 때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당신도 나도 참 많이 늙었다. 숱한 세월을 함께 했으니 당신에게 내가 없으면, 마찬가지로 내게 당신이 없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젊은 날의 사랑이야 바랬지만 우리는 둘도 없는 말벗이 되어 함께 산다.

당신, 건강해라. 나 또한 건강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