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 중인 지난 6월 대구 축구장에서는 한국의 8강전이 벌어졌다. 이때 붉은 악마들은 “한국의 자존심”(Pride of Korea)을 카드색션으로 전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한국의 자존심”은 설명이 필요없는 표어였다. 남북한은 한 민족이요, 한 형제라는 함축성이 깊은 표현이었고 또한 남북한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시였고 우리는 꼭 8강을 넘을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표출된 알림이었던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대구 축구장에 5만여 명의 붉은 악마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거리에 모인 붉은 악마는 첫번째 30만명으로 시작해 4강전에는 전국적으로 750만명에 이르렀다. 그 중 응원을 하면서 서로서로의 몸을 비비대며 대한민국을 외쳤고,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이 허공을 가를 때 이웃이 풍기는 향기로운 사람의 내음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붉은 악마들은 서 있던 그곳에서 자유를 누렸고 자유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맛보기 시작했다.
나는 붉은 악마들의 순수하고 순진한, 그리고 영롱한 눈빛에서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진 진솔한 생각을 길어올릴 수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의 동작들이 마치 두레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같이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을 본 것이다. 이들은 4강의 신화를 이루었다. 4강의 참뜻이 이루어진 것이다.
같은 무렵 동두천에서는 멀쩡하게 길을 걷던 꽃다운 나이의 여중생들이 두꺼운 철판을 두른 장갑차에 깔려 무참하게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미군 재판부는 피의자로 기소된 두 미군에게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2030들은 마우스를 움켜쥐고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들겼다. 희생당한 중학생 효순이와 미선이의 촛불추모제와 한미주둔지위협정(SOFA) 개정을 들고 나왔다. 촛불은 심지를 태워 자기 몸을 사르면서 빛을 내듯이 효순이와 미선이의 억울한 넋을 달래고 답답한 그들의 가슴을 태워 함께 하자고 거리로 모여 들었다. 이 촛불추모제는 기성세대들의 백악관 앞에서의 데모보다 몇천배의 울음을 솟아냈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아픔을 함께하는 추모제가 되었다. 그리고 SOFA 개정의 타당성을 그들의 가슴에 박히게 하였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준 성과를 거두게 하였다.
오! 필승 코리아!
2030세대의 인간존엄성을 지키며 알리기 위한 촛불추모제로 기성세대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며 그 당사자들도 배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2030들은 금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기성세대의 낡은 정치와 부패정치인들의 패거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 본 기성세대들은 성급하게도 보수와 혁신의 대결이라고 못박고 있으나 결코 보수와 혁신의 단층 구도가 아니고 2030세대와 기성세대의 대결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모든 기성세대들에게 2030세대를 똑바로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2030세대와 2030세대 위에 있는 그들의 속마음과 뜻을 바로 보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은 지나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4강에 진입한 큰 나라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바르게 역사를 바라보며(정사) 옳은 판단을 내려 인도하고(정론) 바른 길을 걸어(정도) 앞으로 다함께 간다면 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세계 속의 4강으로 자리매김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 소외계층이 없어지고 외로운 계층이 줄어들면서 문화민족으로서 오! 필승 코리아를 다시 외칠 수 있는 것이다.
2030이여!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해에는 더욱 축복 있기를 기원한다.
2002년을 보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