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해를 뒤돌아보면 연이은 집중호우와 태풍 “루사”, 구제역과 돼지콜레라로 우리 농업, 우리 농촌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쌀 재고 누적, 다가오는 세계무역기구(WTO) 재협상, 마늘협상 파동,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의 타결 등 우리 농민들의 삶을 압박하는 위기 요인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농업을 둘러싼 어려운 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농업정책의 한계일 것이다. 그 동안의 농업정책을 볼 때 확실한 농업정책의 목표나 대상없이 불분명하고 무차별적인 농정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막연한 목표는 사실상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었으며 그 결과 “농업투자 무용론”만 확산되었다. 따라서 농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차기정부에 절실히 바라는 것은 새로운 농정의 패러다임이다. 새로운 농정의 패러다임은 산업으로서의 농업, 직업인으로서의 농업인, 지역인으로서 농촌에 대해 다양하게 펼쳐지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보호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속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다수의 중소농업인에게는 “직업인으로서의 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다양한 소득 지원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사회복지 특별법”을 하루속히 마련하여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생산기반 유지, 환경보전, 전통문화 보전 등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농촌지역에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이 주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농업은 단순하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서 날로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자연과 인간, 환경과 생명을 가꾸고 존중하는 산업이므로 농업이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없으며, 침체된 농촌을 버려 두고서는 도시의 건강한 발전 또한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차기정부가 깊이 인식할 수 있도록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다양한 노력을 펼쳐 나가야만 한다.

지금 당면한 우리 농업과 농업경제 위기는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시장주의, 무한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경제가 아닌 힘의 법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나타나고 살아남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부의 편중이 심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종단계에는 다국적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몇몇 선진국에 의해 대부분의 나라와 산업이 경제적 예속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경제정책의 기초로 삼는 것은 살아남는 대열에 들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농업만큼은 무차별적인 강요에서 반드시 보호되고 정책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우리 농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농민과 농협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다함께 지혜를 모아 고객의 요구를 감지하고 이를 제품개발에 반영할 수 있도록 농업인들의 마인드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스스로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농업인만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아남을 수 있는 종(種)의 조건은 가장 강한 것도 가장 현명한 것도 아닌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것이라는 다윈의 말 한 구절을 되새기면서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을 지킬 수 있는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농업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