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신문협회 / 지방분권운동 대전·충남연대 공동기획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4)

지방분권 통해 지방자치 제역할 찾아야

‘지역역량 강화’ 없는 권한 이양, 지방자치 발전 저해 우려도

충남도는 지난해 연말 4급 이상 주요 간부들의 정기 인사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

97년 IMF 이후 대대적인 공무원 구조조정이 단행된 뒤 인사적체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만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면서 ‘인사적체 불만’이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등장했지만

몇 년째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라야 했지만 8국 35개과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현행 지방자치법상 충남도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결국 충남도는 지방자치

법에 규정된 8국 35개과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국장급인 정책관리관 직제를 폐지하고 자

치문화국을 자치행정국과 문화관광국으로 분리 문화관광국을 신설하는 새로운 조직체제를

마련하고 인사에 들어갔다.

조직개편에 이어 단행된 4급 이상 인사에서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44년 생 상반기 출생

자들의 ‘정책보좌관’ 발령 등을 통해 사실상 명예퇴직을 6개월 이상 앞당기는 편법 아닌

편법을 통해 인사 요인의 폭을 넓히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충남도의 조직개편과 인사문제의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본질적

으로는 지방자치를 위한 실질적인 모든 권한과 결정권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현실 속에서 올바른 지방자치제가 겉돌고 있어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 시급하

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심대평 충남지사의 ‘지방분권 촉구 선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

로, 현재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하고 지방분권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지방분권 국민운동’

역시 이 문제를 지방분권의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분권 국민운동’은 겉돌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인사, 조직, 재정권 보장과 함께 주민참정권의 확보 등

지방자치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인사, 조직, 재정권 확대

통한 자치권 확보돼야

충남대 최진혁(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욕구를 보다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가 주

민들에게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 지방분권의 기본논리이지만 우리

나라는 지방분권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자치권의 경우 입법권과 조직권, 행정권 등이 심각하

게 제약돼 있다”며 현행 지방자치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국가의 의사가 직접적, 수직적으로 침투해온 비대화된 행정영역을 줄

이고 소외되었던 주민참여와 주민통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치입법권, 자치조직

권, 자치재정권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합리적인 기능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자치와 관련, ‘지방분권 국민운동’이 밝히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지방

자치단체의 인사, 조직, 재정권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인사권은 내용적으로 대부분 해당 자치단체장이 행사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국가 5급 이상 공무원의 임명권은 대통령과 소속 장관에게 있으며 4급 이상의 전보권한은

행자부 장관에게 있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는 임용제청권만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인

사규정을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직권과 관련, 인구비율 등에 따른 행정단위 규모별 총 정원만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공

무원 수, 실, 국 등 조직신설 등의 개편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

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 16713호]’은

심지어 행정단위별로 일반직, 기능직, 정무직 등의 비율, 각 직급의 비율까지 정해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나친 중앙 통제로 인한 지방자치의 자율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비율(2000년 현재 세출총액기준 69% : 31%)

에서 나타나듯이 지방정부의 재정확충이 시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지역간 세원분

포가 고른 음식숙박업, 부동산 임대업, 소매업 등을 지방세로 이양하고 부가가치세와 교통세

등의 경우 일부를 국가와 지방의 공동세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권의 확대를 위해서는 조세법률주의의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의 적

용을 지방세목 전체로 확대하고 조례로 정할 수 있는 법정 이외의 세목설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관 위임사무 폐지 및 특별행정기관의 지방이양도 관건

중앙정부의 행정권한 이양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관위임사무의 폐지 및 특별행

정기관의 지방이양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 중앙부처의 특별지방행정기관 6600여 곳 가운데 검찰, 경찰

및 철도, 체신 부서를 제외한 노동, 환경, 식품, 산림, 통계, 건설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치

단체와 업무가 중복되면서 지방분권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와 유사·중복기능이 많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업무는 지방

자치단체로 이관하고 사무의 이양과 함께 재원과 인력도 동시에 일괄 재배분해야 한다는 목

소리가 높다.

아울러 199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만 5,774건의 사무 중 국가 사무가 1만 1,646건(74%),

기관위임사무 1,246건(8%), 지방사무 2,882건(18%)을 차지하고 있는 등 지나친 중앙집중 현

실을 극복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자치사무 중심의 재편을 통해 제반 국가사무의 지방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정부는 권한이양에 따른 재원 및 인력도 함께 이양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지방재정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인상하는 한편 포괄보조금 제도

를 도입하는 등 지방의 재정적 자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역량강화 없인 권한 이양 무용지물”

권한 이양 따른 자체역량 강화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이같은 자치권 확대를 위한 중앙 권한 이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의지

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대중 정부는 ‘지방사무이양추진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중앙부처의 거센 역풍을 맞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전

례가 있어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보되지 않는 한 지방분권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지방

분권은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충남도 한 공무원은 “중앙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은 중앙의 보육대상’이라는 인식

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라며 “지방분권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과 함께

지방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개혁과 함께 지방공무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연

수, 지방인재 육성 등 지방역량 강화를 위한 지방의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동 충남지역신문협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