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형은 임자방으로 되어 있어 겨울을 뜻하며 혹한이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계절 중 한가하여 먹고 노니 체중이 날로 가해져 춘경에 쏟을 힘장만 나름대로 부풀리고 있다.
노령들만이 모이는 공회당에서 오늘도 장기와 바둑 그리고 화투 놀이에 분주하다. 곁 놀이패들은 훈수로 맞대결하다 보면 핀잔으로 안면이 일그러지고 타액이 오가며 심지어는 멱살로 앞가슴 단추가 뜯기고 닭살이 돋아 근육덩어리가 목으로 이어져 천기상승한다. 쉰 목소리로 집에 오면 체면 버리고 의젓한 자세로 폼내며 윷놀이 고성때문이라고 변명해 보지만 앞단추가 없는 것을 본 마누라 목청 천장부수고 이웃집 담 넘어간다. 또 이런 난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시는 그 곳에 안간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나 아침이면 갈 곳 없어 집 근처 배회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공회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 문 열고 목 넣어 안구 돌리며 인사도 없이 실내 중심에 신체를 갖다 놓는다.
그리고 화투하는 장신 옆에 앉아 또 훈수다. 얻어맞기 똑 알맞겠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이면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로(安身處處로)라 몸이 어느 곳에 있어도 편할 것이거늘 본성이 난제라 고치지 못하고 온 몸이 멍 투성되었으니 24절기 중 마지막 대한 추위만 넘기면 입춘절에 지게지고 논에 나갈 것이니 며칠만 고생하면 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오늘도 소주 1병 놓고 나이롱 뽕이다. 이기면 1병이요, 바가지 쓰면 2병을 내놓아야 하는 룰이 있다. 더 큰 것은 속칭 깡이다. 모두가 한 사람 앞으로 2병씩 바치는 희비의 대작전이다.
무릎관절이 젊음을 앗아가고 담배연기로 폐공을 만들어간다. 푼돈이 이슬비 옷 젖듯 대하를 만들어 내고 급기야는 기아와 빈곤으로 이어져 갈 것이 자명한 노릇이다.
부불검용빈시회(富不儉用貧時悔)라 돈이 많을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뉘우치게 된다는 진리를 왜 모르는가. 한 겨울은 깊어만 간다. 대낮부터 김치와 소주로 목을 담그고 있다. 좁은 방 공기는 표현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하다. 날이 저물어 어둠이 깔리면서 움추린 나그네의 모습이 마른장작같이 보인다.
매섭게 몰아치는 설한풍은 빈 주머니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노릇이고 보니 시수지건(是誰之愆)이라 찬 하늘에 한숨만이 깊게 토하고 있구나. 내일은 오늘과 같은 과정을 되밟지 않겠다며 촌음시경(寸陰是競)을 외워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