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신성대학 인테리어건축계열 교수

문화공간의 이상적 목적은 관객의 확산과 문화체험 기회의 균등화에 있다. 문화공간의 성공적인 활성화는 문화의 대중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나아가 공연 및 전시물의 질적 향상, 지역문화의 발전, 국가문화력 증대 등의 측면에서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문화공간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심적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은 문화예술회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전면적 시행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문화예술회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회관은 원각사(1908년)를 시발로 국립중앙극장(1950년), 세종문화회관(1978년)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 여정에는 이른바 시민회관 시대와 그 후 문예회관 시대를 아우르며 민간극장보다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국공립극장이 중심에 있었다. 198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문화정책과 지자체간의 경쟁구도 속에서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각 시도에 종합문화예술회관이 건립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시·군·구 단위의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문화예술회관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 당진지역에서도 작년 6월에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에 착수하여 2004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립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천한 역사에서 사회적으로 극장 또는 문예회관에 대한 시설표준화와 운영의 이상적인 모델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고 그 소속기관으로 운영하면서 지역문화 활성화의 중심적 시설로 자리잡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종합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산하 예술단체를 거느림으로써 그 운영은 방만함과 비효율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현재와 같은 운영체제에서는 그 개선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내년에 완공될 당진종합문화예술회관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과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두 가지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관주도로 문화예술회관이 운영될 경우 지역문화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경우 관주도의 운영에서 탈피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관장을 전문 민간인으로 위촉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업무장악능력이 부족하여 오히려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하여 민간전문가가 운영을 하도록 하고, 책임 경영제를 적용하여 인사권과 예산권을 관장에게 부여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회관 운영은 지역 내 문화적 맥락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이다. 문화공간이 가져야 할 제일 큰 미덕은 합리적 운영체계와 좋은 프로그램이다. 훌륭한 시설과 좋은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하더라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적절히 운영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회관은 70년대의 시(군)민회관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대안이 제시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체 기획력을 갖춘 공연팀과 상주단체(레지당스;residence)이다. 레지당스란 예술가와의 협력관계를 이루기 위해 지역자치단체나 공연장이 필요로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예술단체의 활동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지역이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단체를 선정하여 예술활동을 장려, 촉진함으로써 지역문화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로 프랑스의 레지당스 프로그램에서 출발하여 미국, 일본 등의 유명 공연장에서 공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