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진동 소설가
더디 흘러갔던 지난 세월 속에는 아직껏 삶과 예술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동구 밖에서 마을을 지키던 느티나무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른 세상. 그 와중에 세상은 새 세기로 바뀌었으나 사람들 관념은 아주 서서히 변화된다.
그런 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만든 서류는 기실 너무나 그럴싸하게 앞서가 빰대귀를 친다. 짐짓 사람들 사이에 서로가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에 눈 떠가면서도 분분한 말들은 흘러 넘쳐난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먼저 생을 살다간 이들의 모습에서 남아 있는 흔적과 혹은 산 사람들의 자취를 15회 연재해 들쳐본다.
- 편집자 주 -
좥상록수좦의 머리말을 쓴 벽초 홍명희(1888~1992)의 글이다. 벽초는 최남선, 이광수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라 일컬었고 ‘1930년대 어떠한 문학적 업적보다 월등하게 높은 문학정신을 소설 좥임꺽정좦을 통해 보여준 작가’(염무웅)로 남긴 소설도 조선 정서의 저항 역사인 이것밖에 없다. 한성도서(주)는 그러한 좥조선문학전집 10권좦을 기획하여 어려운 위기를 딛고 일어설 회심의 출판물이었던 것. 벽초는 24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신춘문예 제도’를 공모했고 27년에는 신간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28년 11월부터 조선일보에 좥임꺽정좦 연재를 시작했다. 48년 평양 방문 후 월북해 북한에서 부수상과 초대 조통위위원장이 되기도 했다. (홍명희와 심훈 관련 이야기- 3회로. 벽초는 35년에 간행된 좥영원의 미소좦와 사후 1년 뒤인 37년에 나온 좥직녀성좦에도 서문을 써주었다.) 1936년 이후 48년에 7판이던 좥상록수좦가 이 전집의 1권째가 되었고, 장편소설이 모두 5권인데 알려진 것은 염상섭의 좥목단꽃 필 때좦, 박태원의 좥금록탑좦, 김동인의 좥운현궁의 봄좦이며 (한 권은 아직도 부재중), 단편선집은 상중하 3권, 시가집 1권, 또 백철이 편집한 좥현대평론수선좦. 이렇게 10권으로 40년대까지 온 조선나라 문학을 집대성하였다. 이 책들이(다른 책들은 물론이고) 전쟁 과정을 겪는 동안 없어졌는지 국립 중앙도서관의 도서목록조차 흐지부지한 게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본래 좥상록수좦는 한성도서의 단행본으로 36년 8월28일 초판을 찍었는데 그때부터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판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상록수의 본 전집 편입에 대하여’란 기획 의도까지 자세히 밝히면서 그 전집의 첫자리인 제1권이 된 것이다. 그러면 왜 전집을 기획하였을까. 이유는 이러하다. 3.1운동 이후인 1920년 5월에 민간 자본금 30만원으로 주식회사로 설립된 출판사는(조선도서는 7월에 창립) 1946년 1월 화재로 사옥이 전부 소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부흥의 재건을 꾀하는 사업으로 신문학 40년을 총결산하는 좥조선문학전집좦 10권를 조선땅 장안에서 보란듯이 내놓게 된 것이다. 50년대 이후에는 좥현대문학전집좦으로 이름을 달리해 나오게 되고, 조선일보사에도 좥현대조선문학전집좦 7권이 38년에 나오게 된다. 이런 좥상록수좦는 조선 만천하 독서인들의 절찬을 차지한, 춘원 이광수의 좥흙좦과 함께 농촌 계몽소설로 35년 9월~36년 2월까지 연재 당시 일제의 탄압으로 삭제되었던 부분을 전부 환원해 완전하게 복원시켜 놓고 있다고 아울러 밝혀두고 있다.(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 '조선'이라는 말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고유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