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 판매장에 가면 오랫동안 못 본 이웃들의 얼굴도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노인들이 어느 모임보다도 이곳을 찾아다니는 데 열성이다. 대부분 노인들은 외로움을 달래고 노인 중심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판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당진읍 안양모(60)씨는 판매장을 찾게되는 이유에 관해 “화장지 타려고 가는 건 아니다”라며 “집에서 TV보고 조는 것보다야 낫고 버스를 대절해 데리러 오니까 나서게된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외에 이동수단이 없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운행하는 버스는 읍내구경 한번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송악면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는 “처음에는 경로당에서 모두들 간다길래 따라갔는데, 한번 가니까 선물 타오는 것도 좋고, 창극도 보니까 재미있어서 자꾸 가게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노인들의 휴식공간인 경로당에 모여야 할 사람들이 판매장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당진읍 노계분(77)씨도 “차 삯 뿌려가면서 복지회관 가봐야 재미도 없고, 자원봉사자들이 해주는 밥 얻어먹는 것도 미안하다. 오히려 약장사에 가서 공연보고 작은 것 하나 사 갖고 오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즉 노인 중심의 문화공간 문제가 해결되면 굳이 비싼 약값을 치러가며 공연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단체와 군에서 운영하는 노인교실은 이들 노인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단체협의회 김영숙 부회장은 “노인들이 학력 차이가 심해 프로그램을 어느 한 곳에 맞춰 진행하기 어렵다”며 “교육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 학교 교육을 받은 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굳이 노인교실에 와서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학력 차이가 심한 이 세대가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군청에서도 경로당 문화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2003년 경로당 활성화 시범사업을 각 읍·면의 경로당 24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주 1회 시범경로당에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가 방문해 하루 2시간씩 종이접기, 요리실습, 건강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1만 6천여명에 달하는 당진 지역 노인인구를 끌어안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치이다.

이와 관련 사회복지과 정승모씨는 “사회가 노령화되고 노인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중심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위해 이번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며 “2000년 5개소에서 2001년과 2002년은 12개소, 올해 24개소로 점점 숫자를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호응이 높으면 사업 대상 경로당을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김낙성 군수는 ‘노인복지회관’ 건립을 통해 노인복지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실버사회로 가는 길목인 지금은 노인복지회관 증축, 치매요양소 건립 등 노인 시설 투자와 함께 다양성과 흥미요소를 갖춘 프로그램 개발로 일정 수준 교육을 받은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노인인구를 흡수할 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