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누구에게 재촉하듯 울렸다.
“여보세요?” … “네!” … “제비집이요? 어떻게 생겼나요?” … “위치가 어디지요?” … “바로 가겠습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이광석 당진군지회장은 부랴부랴 가방과 캠코더를 챙겨들었다.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면천면 영탑사 인근에서 공사장 인부가 제비집으로 보이는 둥지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새끼 새 세 마리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들으니까 수리부엉이 새끼 같아요. 공사 중에 나무를 베어냈는데, 그 위에 새 둥지가 있었다는군요.”
이광석 지회장은 차에 오르며 제보 내용을 설명했다. 위치에 따라서는 협회 회원들이 대신 현장에 나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이 지회장이 직접 현장에 나간다. 어제까지 못자리를 옮기고 대충 일을 마무리해서 오늘은 좀 한가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은 농부. 평범한 농부인 그가 ‘새’하면 이렇게 부리나케 달려나가게 된 것은 비무장지대에서 하늘을 나는 독수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부터다.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을 보니까 멋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조류협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는 ‘미치다’라는 표현을 빌어 자신이 ‘새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허, 허~” 웃는다. 이 지회장 스스로도 자신이 생업보다 새를 더 좋아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현장에는 몇 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고 인부 두 명이 쓰러진 나무 중 한 그루를 가리킨다. 나뭇가지로 정교하게 지어놓은 둥지 안에 세 마리의 새끼 새가 눈도 못 뜨고 있다.
“올빼미 새끼네요. 거의 다 컸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새들이 성장해서 날아갔을 텐데 아쉽네요.”
“그러게요. 새 둥지가 거기 있는 줄 알았다면 우리도 이 나무는 남겨놓고 나중에 베었을 텐데요.”
이 지회장이나 올빼미 새끼를 발견한 공사 인부들이나 아쉽기는 마찬가지. 이 지회장은 캠코더에 현장의 모습을 담는다.
“아까 어미가 휘 둘러보고 갔어요.”
“그래요? 그럼 다시 오지는 않을 겁니다. 올빼미는 텃새라 둥지가 없어지면 다시 찾지 않거든요.”
이 지회장이 커다란 세수대야에 올빼미 새끼들을 조심스럽게 담고 인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살려보는데 까지 살려보겠습니다. 녀석들이 먹기 시작하면 그건 살겠다는 의지거든요.”
올빼미 새끼를 잘 챙겨서 현장을 뜨자 갑자기 허기가 진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다되어 간다.
인근의 기사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다시 차에 오르자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올빼미 똥 냄새가 나네요. 아까 둥지를 가져올 때 똥은 버리고 올까 하다가 올빼미들이 냄새가 나지 않아서 낯설어 할까봐 같이 가져왔거든요! 그래도 너구리보다는 나아요. 그 녀석들은 아주 숨도 못 쉽니다! 하하!”
그렇게 차창을 열고 다시 돌아왔다. 이 지회장은 이제 천연기념물 324호인 올빼미를 발견했으니 군청에 신고를 하고, 임시로 집에서 키울 것이다.
“당진에 조류 방사장이 만들어지면 데려다 놔야지요. 그런데 어미새가 없어서 나는 연습을 시킬 수가 없어요. 다시 날지는 못할 것 같아 아쉬워요.”
다행히 구조는 됐으나 어미의 품을 떠난 새끼는 다신 날지 못하게 됐다. 하루속히 방사장이 생겨 이 새끼 올빼미들의 보금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