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면 영천리 무밭. 가격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해 밭에 버려진 무가 즐비하다.
▲ 송악면 영천리 무밭. 가격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해 밭에 버려진 무가 즐비하다.

군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하얗게 꽃이 핀 밭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흰 꽃밭은 가격폭락 때문에 수확을 포기한 무밭으로 사정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야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꽃이 핀 무밭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가슴은 멍들어가고 있다.

5월초 1톤에 100만원을 넘던 배추의 산지가격은 요즘 25만원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로 5월 초에 비해 가격이 1/4 수준으로 폭락했으며 무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배추 1톤을 수확해 판매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자동차 운반비 15만원과 인건비 6만원, 고속도로비와 하차비 4만원 등으로 대략 25만원이 든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수확해 팔아봐야 손해만 쌓일 뿐이다. 포장 거래한 밭도 매수한 중간상인들이 아예 수확을 포기해 방치되고 있다.

채소재배 농민들은 지난해 중국산 마늘 수입과 감자 가격하락으로 많은 담배, 마늘, 감자 재배 농가들이 배추와 무로 작목을 전환한 것이 과잉생산을 불러와 올해 봄 배추와 무의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대면 옥현리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당진군농민회 강사용 부회장은 “옥현리만 해도 봄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농가가 평소 두 농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5농가로 대폭 늘었다”며 “과잉생산으로 6월 초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팔아봐야 손해만 날 뿐”이라고 암울한 상황을 토로했다.

올해 군내 봄 배추 재배 면적은 지난해 22.7ha보다 70%가 증가한 38.6ha에 달하고 있으며 무도 지난해 88.3ha보다 7.2ha가 늘어난 95.5ha이다.

이에 대해 농수산과 담당자 이재영씨는 “올해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인데다 작황은 지난해와 비슷하나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가을 김장채소 가격이 괜찮은 편이어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판매가 어렵다보니 수확을 포기하고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아엎고 싶어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배추와 무를 심을 때 설치한 비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배추와 무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꽃이 피는 무밭과 시들어가는 배추밭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가슴만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