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단 한가지 2대째 한 우물 파는 부부

100년 넘은 건물에, 휴일도 일년에 딱 두번

영양탕 전문 「인천집」 최경섭·조명순 씨

행정구역상으로는 순성면 중방리. 그러나 지리적으로 보면 합덕읍에서 우강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인천집이 있다. 간판 이름 그대로 부르자면 인천식당. 인천과 무슨 관계가 있을 성 싶지만 사연은 그게 아니다. 그저 이곳에 오래전부터 인천옥이라는 이름난 요정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틈나는 대로 건물 여기저기 흙벽을 헐어내고 블록벽돌로 바꾸는 동안 본래 모양은 사라졌지만 낮은 지붕에 들쑥날쑥한 내부구조가 아주 오래된 건물임을 말해준다. 주인 최경섭(44세)씨 말로는 한 100년 넘었다. 거기다 10년 된 등나무가 건물입구와 지붕을 뒤덮어 운치까지 더해준다.

인천식당이라는 어엿한 간판이 있는데도 애나 어른이나 모두 인천집이라고 부르는 이집은 영양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요즘은 뭘 전문으로 한다고 해도 입맛 안맞는 손님들을 위해 다른 몇가지 메뉴를 더하는 게 추세련만 이집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메뉴판 같은 것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집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오직 한가지, 영양탕 뿐이다.

그래서 오직 준비된 고객만이 갈 수 있는 곳. 이곳 또한 그런 고객을 위해 늘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두가지가 맞아떨어져 바쁜 여름에는 주인네 얼굴도 마음대로 볼 수 없을 정도.

이집의 첫번째 명물은 당연히 음식의 맛. 음식맛의 첫째 비결은 고기다. 주인 최씨는 가축장사 하는 형으로부터 고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그중 가장 좋은 것으로 먼저 받을 수 있다는 특권을 십분 이용한다.

두번째 비결은 국물맛. 놀랍게도 국물은 주인 최씨가 직접 만든다. 남자가 주방문턱을 넘나드는 게 넘사스럽다고 여겨지던 때부터 최씨는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고 요리한 음식의 맛을 보기를 좋아했다. 최씨가 만드는 육수의 비결은 아직 주방아줌마도, 심지어 식당일을 함께하는 부인도 모른다. 다만 뒷채에 나란히 놓인 대여섯개의 커다란 들통이 제대로 국물맛을 내려는 최씨의 노력을 보여줄 뿐.

다음은 오래된 이집의 명성이다. 영양탕 한가지로 인천집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벌써 30년 전부터다. 최씨의 어머니는 이 집에서 영양탕 한가지로 5남매를 기르고 모두 여의었다. 20년 된 가업을 물려받은 셋째 아들 최씨가 그 명성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집의 명물은 주인 내외 최경섭·조명순씨다.

남편 최씨는 바깥생활에서, 부인 조씨는 안살림에서 서로가 인정해주는 프로다. 남편 최씨는 부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항상 미소띤 얼굴에 한결같이 손님을 대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자기집 오듯이 편하게 올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순진하기 짝이 없어요.”

부인 조명순씨의 얼굴은 누가 봐도 자비로운 부처상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관세음보살 상이다. 자애롭게 미소 띤 그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반면 사회생활에서 남편 최씨는 강하고 모범적이다. 아버지 없는 자식 소리 듣지 말라고 최씨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예의바르면서도 강하게 키우셨다. 어머니는 17년전 아무것도 없는 최씨에게 돈 20만원을 주면서 세상을 배우라고 집을 내보내셨다. 그때 부인과 리어커를 끌며 과일장사, 채소장사를 하면서 최씨는 지독히 어려웠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가업으로 물려받았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최씨는 다른 임자보다 웃돈을 더 얹어 어머니로부터 이집을 샀다. 고생한 어머니께 보람도 안겨드릴 겸 자신도 떳떳이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최씨 부부는 이왕 장사를 시작한 이상 이집도, 이장사도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모든 것은 약속이자 신용이다. 음식의 맛과 질에 늘 신경을 쓰는 것도, 1년이 가도 추석과 설날 딱 이틀 빼고 빠짐없이 식당문을 여는 것도 고객들과의 말없는 약속 때문이다. 어느 날 다른 지방의 이름난 요리를 맛보러 갔다가 문이 닫혀있는 바람에 쓸쓸히 돌아왔던 기억을 최씨 부부는 자신의 고객에게만큼은 남기고 싶지가 않다.

하기사 이집에서 명절을 지냈던 어머니는 한쪽방에서는 차례를 지내도 명절날 굳이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고 정성껏 음식을 차렸다. 어머니는 단 하루도 문을 닫은 날이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힘을 합해 인천집은 어느새 명소 아닌 명소가 되었다. 당진을 찾는 특별한 손님중에서 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락없이 인천집으로 모셔지곤 했다. 최씨 부부는 이런 일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최씨 부부는 채소장사를 할 때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은 자세로 살아간다. 정직함과 검소함이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는 주위도 돌아보며 남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현재 연호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천만사람이 도에 이르는 데에는 천만가지의 방편이 있다고 하였다. 사람이 가장 경계하여야 할 것으로 부처는 탐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들었다. 그것을 경계하여 그것으로부터 마음을 멀리할 때 누구나 부처라고 하였다.

김태숙 부장